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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 자아를 찾아서 /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버지니아 M. 엑슬린

2020년 04월 01일(수) 16:09 [순창신문]

 

세상은 봄꽃으로 넘쳐흐른다. 피어나지 말라 읍소해도 아랑곳 없이 미친 듯 피어나는, 봄꽃들이 흐드러지는 지금, 우리들의 삶은 바이러스와 한바탕 전쟁 중이다. 이 바이러스는 배워야 할 학생들의 손발까지 묶어버렸다. 그들은 개학일이 한참 넘었는데도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다. 학생들은 집안팎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것이다. 그들은 무얼 하며 하루를 소일할까.

엔진 오일을 교체할 때가 되어 공업사를 찾아갔다. 차를 맡겨 놓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 남매가 원탁 앞 의자에 앉아있거나 엎드려 있다. 덩치가 작은 1학년 남학생은 엎드려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5학년 누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며 쉬지 않고 음악을 찾아 듣다 멈추고 다른 음악을 검색해 듣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아이들 표정에는 무료함과 지루함,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시간을 주도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무력한 표정이 나른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 잘만 교육시키면 아이들은 천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속에서 스멀거렸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굳이 천재를 만들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주도권만큼은 선물로 줄 수 있는 어른들이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8살쯤 되었겠다. 이 정도 나이면 정서적으로도 지적으로도 상당 부분 자신만의 것이랄 수 있는 개성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 습관화된 지적 정서적 인지적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평생을 지문처럼 따라다닌다. 50세가 되고, 60세가 되어도 그가 하는 의식적, 무의식적 행위나 사고의 대부분은 어렸을 적 어느 시점에서 멈춰 평생 반복되면서 삶 자체를 장악해버린다. 그러므로 엄마와 아빠, 말하자면 부모가 어떤 방향을 설정해 아이들을 이끌어 갈 것인가는 자녀들의 향후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시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녀 자신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것일까.

ⓒ 순창신문



버지니아 M 엑슬린은 그녀의 책, [딥스, 자아를 찾아서]에서 딥스라는 어린 소년이 [관계]라는 경험을 통해 어떻게 내적 여행을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아를 찾아가는지, 자신에 대한 자각이 어떻게 싹터가는지를 보여준다.
딥스는 '해와 구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처럼' 자기 안의 [지혜]와 [재능]이 늘어났다 줄었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습득한다. 딥스는 [성장]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성장]이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고귀한 선물인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 선물은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성장은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성장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이름과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곧 한 생애를 형성하고 이 생애들이 모여 인간들의 역사가 형성된다. 희망과 절망, 슬픔과 기쁨, 자부심과 실망감, 좌절과 극복의 과정이 한 인간에게 다양하게 주어짐으로써 그(녀)는 조금씩 사회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가야만 한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딥스의 친구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부산나게 뛰어다닌다. 하지만 딥스는 교실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팔짱을 낀 채 꼼짝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집에 갈 시간이라는 것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다. 선생님들은 당황스럽다. 언제나 집에 갈 시간만 되면 딥스는 이렇게 저항하곤 한다. 딥스는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고 누가 말을 걸어도 대꾸하는 법이 없었다. 딥스의 엄마는 딥스를 이 유아반에 넣기 위해 이사회에 압력을 가했다. 딥스의 아버지는 유명한 과학자다. 하지만 부모들의 이런 외적 영향력이나 재능은 어린 딥스에게 사랑과 따스함을 위한 공간이 되어 주지 못했다. 딥스는 신경이 예민했다. 선생님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했다. 딥스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했다. 아이들은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과 상상, 생각, 꿈, 희망을 밖으로 투사할 공간이나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감당하기 힘든 세상 밖으로 조금씩 용기를 내어 한 발을 내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세상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이 자기 존중감을 바탕으로 세상과 맞붙을 수 있는 새로운 힘과 능력을 조금씩 비축하게 된다. 아이들은 사랑으로부터 거부당해서는 안 된다. 사랑 안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그 첫,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다. 부모의 사랑 안에서 감정적 친밀감이 충분히 채워지면 아이는 그 충족감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딥스는 어린 아이였고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따뜻한 사랑을 본능적으로 절실히 요구했다. 하지만 사무적이고 우울한 엄마와의 정서적 소통의 부재는 딥스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아이의 소통 부재는 결국 부모의 소통 부재를 증거하는 가장 신속한 자료물이다. 저자는 딥스의 소통 부재 뒤에 살고 있는 부모의 소통 부재를 발견한다. 저자는 딥스가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소통]과 [관계]에 대한 교육을 딥스에게 조금씩 선물한다. 놀이치료를 통하여. 딥스는 저자와 놀이를 통해 교류하면서 상호소통이라는 관계성을 조금씩 회복해 간다. 감탄, 칭찬, 대화, 눈맞춤, 질문, 대답, 신뢰, 사랑, 안정, 정직, 존중, 이해, 관심, 배려···.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들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마음의 문을 꼭꼭 잠그고 있으면 아이는 성장의 문을 굳게 닫고 숨어버린다. 아이들은 부모라는 배경과 땅을 딛고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다. 부모의 의무는 사랑과 그리고 교육.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부모가 되지 말자.
어린아이 딥스는 놀이치유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딥스의 엄마와 아빠 또한 기계인간에서 숨쉬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부모로 다시 태어난다. 교육은 우리를 깨우는 천둥소리다. 사랑은 배우고 익히는 것, 지구별여행자의 의무이다*

ⓒ 순창신문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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