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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선거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당선자 진 선 미

2012년 05월 23일(수) 11:20 [순창신문]

 

이 글은 순창이 길러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진선미 당선자가 변협신문에 소박하면서도 솔직한 심경과 당찬 포부를 밝힌 기고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실은 것임을 밟힙니다.

20대의 전부를 투자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빠져든 생각은 ‘어렵게 얻은 이 자격증으로 어떻게 하면 나를 위해, 남을 위해 보람되게 살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황금같은 젊은 시절과 노력을 바쳐 얻은 자격이므로 앞으로의 인생을 이를 통해 남을 도우며 즐겁게 살고 싶다는 것, 이 것이 법조인 초년생으로서 나의 이상이었다. 합격 직후 그런 고민을 하며 여러 책들을 보다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읽게 되었다. 책을 잡자 마자 단숨에 빠져들어 읽었는데 헬렌 니어링의 소박하고 자유로운 정신과 자연에 가까운 삶의 방식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변호사로서 나의 모습도 헬렌 니어링의 정신에 가까울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그 책의 역자인 이석태 변호사님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 만남을 계기로 그 분과 함께 변호사로서 일하게 되었다.
변호사 일을 시작하자마자 뛰어든 일이 바로 ‘호주제 위헌소송’ 이었다. 1999년 당시 변호사 초년생이었던 나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의 일원이 되어 참으로 많은 현장에 불려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해냈는지 실감이 안 나는 일들, 각종 토론회, TV 출연, 칼럼기고, 논문기고 등을 해냈고 가사심판청구와 헌법재판절차를 거쳐 2005년에 마침내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냈다.
그 뒤로도 주로 사회에서 소외받는 성적 소수자, 병역 거부 운동가, 철거민 등을 대변하는 일에 주력했고 대체의료행위의 처벌근거 규정인 의료법에 관해서도 5대 4로 다수 위헌의견을 받아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송두율 교수와 함께 했던 일이다. ‘송두율 교수의 간첩혐의 사건’도 변론했는데 교수님이 오랜 구금생활에서 풀려나던 날 그 분이 흘린 뜨거운 눈물, 그 분의 고통과 회한을 순간이나마 함께 느끼며 울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아프고도 보람된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여성인권위원장으로서 활동한 것 또한 나의 자랑이며 정체성이다. 가족법, 성매매방지,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빈곤, 여성노동 등 여성을 위한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의욕을 가진 팀의 일원으로 많은 전문가 그룹을 만나고 소외받고 학대받는 여성들 편에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울 수 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또한 <한국여성재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방송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 단체에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또한 내 즐거움이자 자산이다. 법조계를 넘어 미술, 방송, 영화계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는데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아이디어, 열정적인 삶의 태도는 법조인인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열린 마음과 시각을 키워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은 내 인생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직을 제안 받아 심사과정에 참여해 정치의 현실을 조금 엿보기는 했지만 나 스스로가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 주변에서 이런 저런 권유를 받기는 했지만 나는 다만 정치의 주변인으로서 올바른 정책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내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19대 총선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도전에 대한 부름을 받고 고민하던 중 제주돌문화공원 단장이신 백운철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정치야말로 예술이야!’ 많은 사람들의 서로다른 주장을 모아서 옥석을 가리고 타협하고 대화해서 민주주의적 과정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 그런 모든 과정들이 바로 ‘예술’이라는 것이 단장님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변호사로서 나의 이성적인 능력에 잠재된 예술가적인 기질을 더해 발휘하면 국회의원으로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격려하셨다.
그 분의 강권과 격려 덕분에 희미했던 정치인에 대한 비전이 확고하게 그려지기 시작했고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여성, 인권, 소수자를 위한 활동들을 국회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펼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비례대표 공천심사 면접을 위해 내가 준비한 자료도 소수자와 여성, 인권을 위한 내 신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큰 배가 그려진 퍼즐을 들고 나타난 나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던 공심위원들이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그 배 그림 퍼즐에는 한 개의 조각이 빠져있었다. 나는 그 빈 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퍼즐같이 다양합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하나 메워가면서 큰 그림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두 조각만 빠져도 그림이 완성 될 수 없습니다.”
그 프레젠테이션 덕분이었을까, 용하게도 비례 5번을 받게 되었고 선거운동 기간 중에 한명숙 대표의 전국 유세에 동행하며 정치의 현장, 선거의 치열함을 짧지만 강하게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선자 신분으로 사실상 19대 국회의원의 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 국회의원이라는 이 자리를 어떻게 잘 활용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심사 면접에서 밝혔듯, 우리 사회는 퍼즐로 이루어진 큰 그림과도 같다. 남성, 여성, 비장애인, 장애인. 남녀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인연으로 이루어진 가정도 있고 동성애자등 성적 소수자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앞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면면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입법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다수가 조금 더 나눔의 마음을 갖도록 권장하는 입법을 통해 ‘법이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일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또한 나의 자산인 예술, 문화계의 지인들과 함께 ‘정치와 예술의 결합’을 시도하려 한다. 다양한 예술적 활동들을 생활정치에 접목시켜 정치적 의사들을 다양하게, 예술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자 한다.
변호사로서 내가 공들였던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에 대한 입법 활동 또한 그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고 나아가 사회적인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방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10여 년 전, 처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을 때 가졌던 마음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국민의 대표로 주어진 국회의원이라는 이 무거운 자리를 겸손하게 받아 낮은 곳을 찾아 봉사해야겠다. 또한 많은 이들의 삶을 보다 평등하고 자유롭고 발전되도록 돕는 정책을 만드는데 내 노력을 바칠 것을 다짐해 본다.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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