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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만목(長安萬目)이 불여장성일목(不如長城一目)

2012년 04월 18일(수) 10:30 [순창신문]

 

복흥면 금방동(金榜洞) 후록에 노란 꾀꼬리가 나무를 쪼는 형상이라고 하는 황앵탁목(黃鶯啄木)의 명묘가 있으니 노사 기정진의 조모 묘의 설화이다.
노사 선생의 아버지는 기재우로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순창 복흥에서 살고 있는 기태온(奇泰溫) 큰아버지의 집에서 자랐다.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기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뼈에 사무쳤고 자라나면서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방법은 어머니의 유골을 안녕히 모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풍수지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큰아버지 밑에서 공부하면서도 십 년 동안이나 열심히 공부하며 지리학에 통달하였다. 그래서 기재우는 어머니의 유골을 황앵탁목 혈에 모시고 기뻐하였다.
그 후 결혼하게 되고 부인이 임신하게 되었다. 기재우는 자기 생각대로 어머니의 유골을 정혈에 모셨다면 대석학의 아들이 태어날 것이며, 그 아들은 눈이 하나 실명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어언 십 삭이 되어 아이를 낳게 되었으니 기재우는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산방 수발을 들던 시종이 나왔다. 시종은 옥동자를 낳았다고 고하였다. 기재우는 용모가 어찌하더냐고 다시 물었더니 준수한 얼굴이라 하였다. 그러자 기재우는 아연실색하였다. 그것은 어머니의 유골을 정혈에 모셨다면 아이는 분명 눈이 하나 일그러져 있어야 되는 준수하다고 하니 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기재우는 사랑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하였다. 부인을 대를 이어갈 아들을 낳아 놓고도 부군이 식음을 전폐하고 있으니 연유를 알 수가 없어 부군에게 다가가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모르나 노여움을 풀고 나오십시오.” 하였다. 그러나 방안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어언 일주일이 되던 아침이었다. 옛날에는 7일마다 삼신에 제사하는 예가 있어 방을 청소하던 시종이 실수를 하여 벽에 걸어놓은 가락(물레에 걸고 실을 뽑는 뾰족한 철로 된 기구)을 떨어뜨려 아이의 눈을 날카로운 곳으로 쑤셔버렸다. 그러니 아이가 울고 산모를 비롯하여 온 집안에 소동이 났다.
밖이 소란하자 기재우는 연유를 물었다. 시종이 사실을 고하자 식음을 전폐하였던 사람이 문을 박차고 나와서 조용히 하고 7일의 예를 다하라 하였으니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 안절부절 하던 식솔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식음을 전폐하던 분이 희색이 만연하니 연유를 모르면서도 안도하였다.
기재우는 본인의 생각대로 어머니의 유골을 안녕히 모셨다는 생각에 기뻐하면서 탁목혈은 눈이 하나 일그러져야 하므로 기뻐하였던 것이다.
그 후 이 아이가 자라서 대석학으로 나라의 동양이 되었으니 바로 노사 기정진 선생이시다. 그래서 궁중에서 장안의 만이나 되는 눈이 장성에 눈 하나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 떠돌게 되었고, 그 말이 지금까지도 전하여지고 있다.
그런데 그 장성의 일목이 아니라 순창의 일목이라 해야 할 것이다.
노사 기정진 선생의 기록과 그 후덕을 담은 비가 복흥면 동산마을 뒤에 세워져 있기에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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