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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면 키울수록 빚더미…소가 죽거나 사람이 죽거나”

인계면 노동리 문동연 씨의 절규

2012년 01월 11일(수) 10:09 [순창신문]

 

희망만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사료 먹일 터…
쇠고기 수입개방에 따른 소값 폭락으로 축산농가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키우면 키울수록 늘어나는 빚 때문에 소를 죽이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인계면 노동리 문동연(56) 씨의 집 앞에는 사료를 실은 트럭과 사람들로 붐볐다. 전북도지사와 순창군수 및 관련 공무원들이 문 씨의 집을 찾았기 때문이다. 160포의 사료와 볏짚더미 7개를 실은 5톤 트럭이 축사가 있는 그의 집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으나 문 씨는 끝내 한우협회에서 보낸 사료를 거절하고 집에 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언론사들은 일제히 사료값이 없어 굶어 죽은 소에 대한 내용을 방송하며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끌어냈다. 굶어죽은 소에 대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4일부터 사료값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으나, 그는 동정의 손길이 달갑지 않았다.
또 싣고 온 사료를 거절하는 부분에서는 ‘도움의 손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만 피우는 사람’ 정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황숙주 군수에게 “싣고 온 사료를 다 먹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에겐 우선 얼마의 도움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현실 앞에서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본다 해도 희망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자식같은 소를 길러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용기를 낼 터였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소값이 반값도 안 되던 차에 한미FTA날치기 처리로 150만원 하던 육우 송아지 값이 삼결살 한 근 가격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누구보다 소를 잘 알고 소와 함께 살아 온 그다. 40년이 넘는 인생을 소 키우는 데 바쳤다. 공부가 하기 싫었던 그는 15살의 어린 나이로 부모를 졸라 소 3마리로 축산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축산업과의 인연이 남겨준 건 빚뿐이었다. 150두를 키우다가 지난해 봄 70두를 팔고 나서는 소들에게 주던 먹이를 줄였다. 어린 소부터 굶어죽기 시작했다. 지난 3일에는 굶어죽은 소 20마리를 땅에 묻었다.
한편 9일 군관계자로부터 확인된 내용으로는 그가 얼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것과 동물협회에서 보낸 사료를 받아 먹이고 있다는 것을 마을 이장을 통해 전해들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소를 키우면 다 잡아(팔아) 먹는다”
평생을 소와 함께 살아 온 그가 가진 것은 3천평 정도의 축사와 축사 옆에 지은 집 한 채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집 앞의 6마지기 논이 재산의 전부다. 40년 이상 축산업을 하면서 얻은 재산이다.
“소를 키우면 다 잡아먹는다. 이대로 소를 계속 키우다가는 나까지 잡아먹힐 것이다. 결국에는 내 몸도 팔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사료가 소를 잡아먹고, 논도 잡아먹고, 빚더미에 올라 신용불량자 신세로 살 것”이라며 한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다녀온 후 국민들이 쇠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입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무분별하게 들여왔다고 한다. 지금의 소 값 폭락은 축산정책이 잘못되면서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고 설토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는 쇠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다고 하고, 축산농가에는 1%의 저리 이자로 사료자금을 지원해줬다. 그때 그는 8천2백만원의 사료자금을 지원받아 소 키우는데 다 썼다. 하지만 소값은 갈수록 떨어졌다. 2년이 지나 상환독촉을 받았으나 소값이 떨어져 갚을 능력이 되지 않자 조합에서 대신 변제를 해주기에 이르렀다. 조합은 변제를 해주고 나서는 8%의 이자를 요구했다.
불어난 이자와 턱없이 오른 사료값에 날마다 떨어지는 소값 폭락으로 소를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었다. 신용불량자가 되기 않기 위해서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6마지기 논을 팔았다. 돌아가신 부모가 물려준 전재산이었으나, 그의 손에는 돈 한 푼 쥐어지지 않았다.
소를 키우면서 논까지 팔았어도 손에 쥐는 돈은 없고 사료 값은 계속 나갔다. 1만 6~7천원 하는 사료 1포대로 30개월을 먹여 내다 파는 큰 소 가격은 잘 받아야 250만원 정도.
할 수 없이 논까지 판 그는 노후를 위해 준비해둔 각종 보험 등을 모두 해약해 1억원 가량의 빚을 갚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사료대금 수천만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다.
‘아무리 살아보려고 노력해도 소를 키우는 한 빚을 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작년 9월경부터 죽지 않을 만큼의 먹이를 주면서 축산업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희망없는 축산업과 정부의 어긋난 축산정책에 대한 분노와 항의의 방법으로 그가 택한 것은 소를 굶기는 것이었다. 육우로 키우려면 하루에 4㎏ 정도를 먹여야 하지만, 그는 수개월간 1㎏도 안 되는 사료만을 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농가 울리는 축협의 위탁우 사업
많은 축산 농가들 문제 제기
지난 4일 장덕리 문동연 씨를 찾은 정주성 한국농업경영인도연합회장은 “농민들은 농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축산농을 하던 주변사람들 중에도 파산해 이직을 한 사람만 해도 부지기수다”고 분노를 터트리며, “문동연 씨는 축산농을 위해 총대를 맨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말에 의하면 정부가 FTA체결을 하려면 농민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후에 체결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FTA체결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그에 따른 준비와 함께 농축산인 보호정책의 하나로 지원정책을 쓴 예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씨를 위로하기 위해 온 축산인들은 ‘우리가 지금 이 기막힌 상황을 말해야만 알겠느냐. 모두가 똑같은 마음이고 똑같은 바람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서로의 심정을 나누는 자리에서 ‘축협이 축산농가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농가를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축협 뿐’이라며, “축협의 위탁우 사업은 결과적으로 축산농가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2008년 도입된 쇠고기 이력제 및 원산지 표시제가 결국은 가격상승을 부채질했으며, 너도나도 축산업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축산농가들은 늘어난 반면 쇠고기 이력제 등으로 인한 고가의 쇠고기 정책으로 소비자들은 값싼 수입산 쇠고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쇠고기 이력제는 결국 수입산 장려정책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날 축산인들은 지난 2008년에 있었던 쇠고기 수입개방은 자국의 축산농을 다 죽이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모두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값싼 쇠고기를 수입해놓고 자국의 쇠고기 가격을 높여 놓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뻔했다는 것이다. 쇠고기 이력제와 등급 표시제는 결국 국내산 쇠고기 고가정책의 일환으로 수입쇠고기를 권장하기 위한 정책이었음을 비판했다.

정부와 군의 대책은?
축산인들이 소값 하락에 대한 대책에 대해 소의 공급을 줄이고 소비를 촉진하는 것만이 축산농이 사는 길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축협의 위탁우 사업에 대한 조절과 정부의 사료값 지원 등이 축산농가의 숨통을 열어주는 대책으로 뽑히고 있는 가운데, 농수산부 산하기관인 축산물등급판정원에서는 한우암소의 도태장려금 지원에 대한 세부사항을 지침으로 만들기 위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는 “축산농 지원을 위한 정부의 세부지침이 곧 하달될 것”이라며, “신속한 지원을 위한 노력과 함께 문동연 씨의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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