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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교육에 대한 열정과 직선적인 성격 남달라

기획취재/ 구례의 박영옥 백세 할머니를 찾아서

2011년 10월 06일(목) 11:49 [순창신문]

 

ⓒ 순창신문

순창·구례·담양·곡성 등지의 백세 장수노인에 대한 기획취재를 다니면서 알게 된 공통점의 하나는 손에서 소일꺼리를 놓지 않았다’는 것, ‘잠자는 시간을 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움직였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지리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그리운 지난 8월 29일 구례군청을 방문해 100세 이상의 장수노인 가정에 대한 방문을 시작했다.
전주를 제외한 군단위의 100세 이상의 장수노인은 10여명 남짓이었다. 기획취재를 시작하면서 제일먼저 찾은 구례군에서는 담당공무원의 배려와 열정으로 어렵지 않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읍·봉복리 경로당에 도착했을 때 경로당 안에는 대부분 80세가 넘은 노인들이 저마다의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경로당 한켠에 말끔히 차려입은 두 사람이 한 눈에 들어왔다. 모자처럼 보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백세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정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얼굴에 주름이 없다면 보통 미인이 아니었을 것 같은 이목구비와 아직도 빛이 나오는 생기있는 눈매. 누구도 백세라고 말하기 힘든 건강함이었다.
구례군 산동면 박영옥(100) 할머니의 얘기다. 얼굴에는 연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곁에서 어머니를 바라보며 자상하게 하나하나를 말해주던 박 할머니의 장남 김정수(82)씨 또한 80이 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광주교대를 나와 산동 원촌초 교장으로 퇴직했다’고 말문을 여는 장남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회상하고 말해주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눈물이 맺혔다.
평생 술·담배를 하지 않았고 잠이 많아 저녁 7~8시 경이면 잠을 청했다는 박 할머니는 아주 적극적인 성격에 자식교육에 대한 욕심과 먹을 것에 대해 남다른 욕심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경로당에 나가 80대의 할머니들과 친구처럼 화투도 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박 할머니에 대해 장남은 “어머니의 남다른 교육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것이었다”며 회고했다.
1913~1918년에는 야학제도가 있어 글을 배우지 못했던 여자들이 글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으며, 그때 박 할머니는 한글을 배웠다고 밝혔다.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들의 교육은 최대의 삶의 목표”였다고 밝히는 장남의 말 속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 할머니의 자녀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했다. 세끼 먹기가 힘들었던 그시대에 장남은 교대에, 둘째는 의대에 입학시켰으며, 넷째 또한 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했다.
평생 농사를 지었으며, 쌀장사와 밀주 등으로 자식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한 박 할머니는 살아온 시간들을 떠올릴 때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주 옛날에는 맛볼 수도 없었지만 박 할머니는 ‘평소 소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는 편이며,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의 성격에 대해 묻자, 장남은 “성격은 급한 편이었으며, 자식교육에 대해서만은 독선적이고 욕심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급한 성격과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심은 감추지 않고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박 할머니는 밥 한 공기를 지금도 거뜬히 소화시킨다. 드라마를 보면서 줄거리까지 알고 볼 정도라고 한다.
언젠가 쌀장사를 할 때의 일이다. 만삭의 몸으로도 시장에서 쌀을 사지 않고 멀리 있는 부잣집에 가서 쌀을 사다 팔았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모자의 눈에서는 똑같이 눈물이 그렁거렸다.
시장보다 쌀 몇 줌을 더 받기 위해서였다고. 자식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남편의 얘기도 듣지 않았으며, 땅 몇 마지기를 남겨두는 것보다 자식을 가르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라며 땅을 팔아 자식교육을 시킨 박 할머니가 백세를 넘기는 지금 “그 옛날에 남편 말 듣지 않고 있는 땅 팔아 자식들 교육시킨 게 잘한 일이었다”며 자꾸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자식들을 품에 안고 키울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딸도 고등학교까지 가르쳤다는 자부심에 더 행복한 박 할머니는 ‘가진것 없는 집에서 자식들만 가르친다’고 동네사람들이 쑤근거리는 것도 뒤로하고 이를 악물며 자식들을 가르쳤다며 또 눈물을 훔쳤다.
“자식들 잘되는 것 보고 살만큼 살았으니 어서 죽어야 하는데, 갈수록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박 할머니는 모바일 폰도 휴대하고 다닌다.
단축번호 1번이 장남 전화번호다. 장남은 “훌륭하신 어머님이다”고 말하며, “일평생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어머니 인생을 돌보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경로당으로 향하는 박 할머니는 경로당 가기 전에 속옷이나 양말, 방청소를 손수 해놓고 집을 나선다고 한다.
‘형제간의 우애’를 가훈으로 삼아 자식들을 가르쳤고 ‘사람사이의 의리’를 강조한다는 박 할머니가 힘든 가정형편에도 죽기살기로 자식들을 가르친 데에는 ‘자식들에게는 지게를 지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대답했다.
지리산과 섬진강, 널찍한 들판이라는 천혜의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는 장수의 고장 구례가 수려한 경관과 함께 드넓은 들판에서 나오는 기름진 미곡, 넉넉한 인심 등이 어우려져 장수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먹고 새벽에 일어나 논·밭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구례의 특산물 중의 하나인 산수유는 산동면 위안리 주변의 계곡과 돌담 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어 위안리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3월이면 산수유꽃 축제를 열고 10월이면 붉은 열매를 따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넉넉한 인심, 낙천적인 생활이 구례를 장수하는 고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구례군은 노후생활안전과 장수노인 복지증진을 위한 기초노령연금 지급과 노인돌봄 기본서비스, 독거노인 안부살피기, 저소득 노인가구에 대한 생활용품이나 건강보험료 지원, 독거노인 주거환경 개선사업, 경로식당 운영, 저소득 재가노인 식사배달, 장수노인에 대한 장수수당 지원이나 김장김치 지원과 같은 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례군은 이를 통해 장수노인들의 편안한 노후생활 안정에 중점을 둔 사업 추진과 함께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건강과 여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건강장수 실버음악단 육성, 노인 행복아카데미 운영, 노인 클럽활동 지원, 노인대학 등 건강하고 보람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여가활동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 주고 있다.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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