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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고의 가을날에 문득...

순창고등학교 3학년 서상철

2004년 10월 27일(수) 11:58 [순창신문]

 




어느 덧 이 정든 학교에서 생활한지 3년, 가을로 접어들면서 새삼 이 학교를 떠나게 된다는 아쉬움이 때 이른 낙엽 한잎에 묻어 내립니다.

처음에 순창 고등학교를 왔던 것은 신입생 예비 소집 때였습니다. 그 날 우리는 고입 연합고사 수험표마다 달려 있는 사탕과 ‘시험 잘 보세요’라는 메시지에 마냥 들떠서 다른 학교에 갔던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에서나 받는 줄 알았던 오리엔테이션을 선생님과 친구들과 몇 일간을 보내고 나니 모두가 낯이 익어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입학식 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었을 때, 선배님들은 좋은 상담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농촌 학교라는 특성 때문이었는지 학급당 인원수가 적은데다 선생님들 역시 순창에서 오랜동안 생활하시던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가정 형편은 물론 부모님들까지도 모두 아시는 까닭에 처음이면서도 마치 익숙한 느낌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해갈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저희들을 위해서 참 열정적이셨던 것 같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늦은 밤까지도 개인 상담을 해 주시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워서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도 선뜻 하기를 힘들어하고 있는 저에게 주저없이 지갑을 털어 제 손에 쥐어 주시기도 하셨으니까요. 선생님이라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이웃 집 아저씨, 형, 누나들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고 학생들과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하여 노력하시는 선생님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교정에 가장 먼저 쓰레기를 발견하는 교장 선생님부터 솔선수범을 해 주시며 말보다는 실천으로써 저희를 가르치시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2학년 때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을 때, 앞으로 일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하는 두려움으로 막막해할 때 선생님들께서는 우리들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시고 학생 자치 활동을 최대한 지원해 주셔서 다른 학교에 비해 자율적인 학생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에는 대부분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결정되었고 학생들의 의견은 전국에서 몇 번 째 안에 만들었다는 자랑스런 우리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항상 열려 있어 우리들 역시 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또 그 홈페이지를 통하여 마음이 통할 것 같은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면 자상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을 평생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다는데 우리는 그 선생님들 중에서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으니 정말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겉만 보고 모른다는데 이 말이 꼭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맨 처음 만날 때는 매끈하고 산뜻했다가도 날이 가면 날이 갈수록 멀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된장뚝배기처럼 볼품이 없다가도 날이 갈수록 그 깊은 맛이 우러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큼 편하게, 그만큼 정 깊게 보낸 지난 3년을 보내고 이제는 대학의 문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먼 곳으로 떠나 있어도,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흐른대도 언제나 그 자리에 서있을 것 같은 선생님과 모교를 생각하면 저는 이 고향땅에 언제라도 등을 비빌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을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간다는 교실, 그리고 스승과 제자가 아닌 선생과 학생만이 존재한다는 오늘날의 교육 현실에서 제가 선택한 순창 고등학교는 언제라도 다시 찾아오고픈 그런 곳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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