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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여류 시인, 정봉애씨가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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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26일(수) 11:12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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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올해 초까지 순창읍 자택에서 요양보호사의 도움 속에 새벽 기도, 시작(詩作)을 했던 고인이지만 설 명절 후 건강이 악화돼 지난 20일 95년의 일기를 마감했다.
시인은 2014년 월간 ‘문학공간’을 통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전북관광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 첫 시집 ‘잊지 못하리’를 2018년 구순의 나이에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1929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부유한 집 막내딸로 귀하게 자랐다. 아홉 살에 광산사립학교에 들어가 열다섯 살에 졸업했다. 전교 1, 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희망하던 공주사범학교 합격도 가능했지만 한학자였던 부친의 상급학교 진학 반대로 꿈을 접어야 했다.
일제강점기에 딸아이가 위안부로 징집될까 걱정된 부친은 순창군 유등면 8남매가 사는 농가로 시집을 보냈다.
맏며느리로 슬하에 7남매를 낳아 기르는 동안에도 틈틈이 책 읽기를 좋아했다.
시동생 친구들에게 부탁해 소설, 시, 월간지 등을 구해다 읽었다. 신흥공업사 아내로서 내조하며 자녀들을 양육하느라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해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2006년에 평생을 같이했던 남편과 사별하고 순창여성회관에서 진행하는 ‘시 창작 교실’에 참여하며 시심(詩心)을 키웠다. 이후로 공공도서관 등을 찾아다니며 각종 인문학 강좌를 열심히 들었다.
구순의 나이에 첫 시집을 상재하기까지, 고인은 정결한 삶을 살았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요가와 스트레칭을 하고 7시에 아침식사를 마치면 외출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 서예, 시창작, 시낭송, 게이트볼 등 그날그날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곤 했다.
오후 5시 반쯤에는 귀가해서 신문 보고, 시 다듬고, TV 뉴스 잠깐 시청한 뒤, 9시 조금 넘어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도 정 시인에게는 단 하나 예외적인 것이 있는데, 자다가도 시상이 떠오르면 새벽 1시가 됐든 2시가 됐든 벌떡 일어나 곧바로 메모하곤 했다. 시에 대한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다. 솟구치는 그녀의 시심은 아주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 순창읍 일품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때 정 시인은 순창평화의소녀상건립군민추진위원회로부터 자작시 낭송 요청을 받았다.
당황스러워 “다른 훌륭한 시인도 많은데 왜 나에게 하라는 거냐”며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시대를 살아온 정 시인이 적임자라며 거듭 요청을 해왔다.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결국 시인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밤을 새워 작품을 완성했다. 정 시인은 같은 또래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친구’라 부르며 ‘친구여 편히 쉬시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평화의 소녀상’ 건립 행사에서 낭송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보도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8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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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봉애 시인의 123편의 서정시를 엮은 첫 시집 ‘잊지 못하리’와 신민규 · 허현무 · 김정수 · 남상언 순창제일고 학생들이 지난 2015년 시작해 2016년에 엮어낸 정 시인의 자서전 ‘삶으로 삶을 배우다2 : 정봉애 선생님의 삶’ 제하의 책 표지. | ⓒ 순창신문 | |
123편의 서정시를 모아 엮은 첫 시집 ‘잊지 못하리’는 주변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상황, 지인들을 고려해 시집 글씨 크기를 키워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도록 배려했다.
100세가 되기 전에 두 번째 시집을 내고 싶다던 그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시인의 소녀처럼 맑은 감성과 시어들이, 하늘의 별, 지천의 꽃과 함께 잔잔히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새전북신문 강영희 기자
추신: 기자는 정봉애 시인의 조카 며느리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건강 유지법, 글과 그림, 사진을 공유하며 좋은 말씀을 전해주시곤 했다. 순창읍내 양옥집 2층에 홀로 기거하시면서도 반들반들 윤이 나던 마루 바닥, 따뜻하게 잡아주시던 손,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시던 고운 얼굴…. 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정결함과 따뜻함이다.
그대 그리움
정봉애 지음.
서산 자락에 황혼이 지면
오두막 굴뚝엔 모락모락
저녁연기 오르고
새들도 둥지 찾아 드는데
가신님 이 밤에 무슨 생각
골똘한 지 소식 없네라
무정도 한 사람
구구절절 눈물로 그린 사연
품에 안고 몇 번을 접었다 피었다
망설였지만 가슴만 아릴뿐
보낼 곳 차마 없네라
해와 달은 번갈아 재촉하고
가야할 길 멀지도 아니한데
어느 세월에나 한번만이라도
만날 날 올는지.
삶으로 삶을 배우다 2 : 정봉애 선생님의 삶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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