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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의 선물 / 사노라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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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우찌 카가리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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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6일(목) 10:20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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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파초
우리 집 마당에는 바나나나무처럼 생긴 파초(芭蕉)라는 나무가 있다. 파초는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고 시원함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한 여름엔 남국의 분위기를 한껏 선사하지만 늦가을에 내리는 서리를 견디지 못하고 스러져 간다. 하지만 줄기를 낮게 잘라 왕겨와 모포로 따뜻하게 덮어주면 혹독한 겨울을 이긴 예쁜 싹들이 봄소식과 같이 여기저기서 쑥쑥 올라온다. 필자는 타국에서 온 파초가 한국의 기후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지나칠 때면 말을 걸기도하고 다정히 잎을 쓰다듬기도 한다.
* 새로운 환경과의 갈등
필자는 28년 전에 일본 한 가운데 있는 나고야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나고야는 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한국의 부산정도의 규모이다. 친정집은 5분 거리에 전철역이 있어서 15분이면 나고야 중심가에 갈 수 있었다. 나고야는 버스나 전철은 물론이고 ‘두더지 도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지하철이 발달되어 있어 가고 싶은 곳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순창 팔덕면에 있는 시댁에서의 시골생활은 많이 불편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지 않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외국이라 힘든 것도 물론 있었지만 도시에서 살다가 와서, 농촌생활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를 둘러싼 산과 논밭. 별만 보이는 깜깜한 밤... 그런 낯선 시골 환경과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농사일도 적응할 때까지는 많이 힘들었다.
* 시골생활이 준 깨달음
우리 부부는 농업이 본업이 아니라 농사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만 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주로 주말과 평일 아침, 저녁에 일을 한다. 지금까지 지어 본 농사는 완두콩, 매실, 복분자, 고사리 등 여러 종류를 했었는데 지금은 두릅만 재배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먹을 야채를 조금 제배하고 있다.
어느 날 아침, 두릅을 수확하려 남편과 경운기를 나란히 타면서 우리 산으로 출발했다. 밭에서 일하시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더니 불쑥 남편이 물어봤다. “일본에 있을 때는 이렇게 경운기를 타고 농사를 할거란 생각을 못 해봤지? “ 필자는 “물론 그렇죠.”라고 대답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필자는 솔직히 말하면 시골에 사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에 따르라’는 격언이 있듯이 한국에 오면 한국의, 그리고 농촌에 오면 농촌의 법도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삶에 태도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지못해 살아왔는데 처음에는 교통이 불편하다, 문화시설이 열악하다 등 농촌의 안 좋은 점들만 보였지만 농촌생활에 적응해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가공식품을 많이 요리에 썼는데 한국 농촌에 와서 시어머니로부터 건강한 시골음식들을 전수 받았다. 처음에는 입에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어 그런 먹거리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도라지 같은 경우도 일본에서는 꽃만 보거나 한약에 좀 들어갈 정도인데 여기서는 나물로도 해먹고 오이랑 무쳐서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특히 봄이 되면 산의 기운을 받은 두릅을 비롯하여 산과 밭에 취나물, 머위, 냉이, 달래 등 봄나물들이 지천이다. 일본도 쑥이나 미나리정도는 먹지만 한국은 훨씬 종류가 다양하다.
일본에 있었으면 그 가치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 자연의 선물들을 한국 시골에서 살면서 맛볼 수 있다. 하나하나의 약효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어서 이런 점에서는 한국에 오기 잘했다, 시골에 와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두릅을 따면서 산에 서식하고 있는 비비추에 눈길이 갔다. 남편이 ‘이것도 먹을 수 있을텐데...’라는 말을 하니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순한 맛이고 효능도 여러 가지 있다고 씌여져 있었다. 돌아오는 갈애 한줌 뜯어 삶아 된장국도 끓여보고 무쳐서 나물로 먹어보니 맛이 참 좋았다. 그냥 잡초인걸로 알았던 풀들이 맛있고 훌륭한 한끼가 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예전에는 마트에 진열이 되어 있는 야채들의 모습이 전부였는데 씨앗이나 묘목을 심어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가는 과정을 직접 보면서 내게 익숙한 야채들의 씨앗이 이렇게 생겼고 싹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감자나 메밀꽃의 예쁜 모습의 매료되기도 했다.
또한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서 하나의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들의 손길이 가는지 실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먹었던 농산물들에 대한 소중함과 쓰고 하신 농부들에 대한 감사함도 느끼게 되었다.
* 제2의 고향 순창
필자는 주어진 환경은 무엇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 좋은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땅을 밟고 흙을 만지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하는 것이 감수성과 풍부한 감성을 가꾸기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순창에 오게 되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필자도 이제 일본에서의 삶보다 순창에서의 삶이 훨씬 더 길다. 마당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파초처럼 나도 제2의 고향인 순창에서 제2의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고 싶다.
사노라면 코너는 순창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앞으로 순창에 살면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으려고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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