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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봄날에 삼막이옛길을 가다

허 문 규
예가인 성형외과의원 행정부원장

2022년 05월 12일(목) 16:21 [순창신문]

 

ⓒ 순창신문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가슴에 맘껏 담아보고 감탄사의 비경은 두 눈 속에 가득 넣어두자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꽉 끌어안고 꿈으로 품어보는 거다. 야트막하게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물이 모든 시름을 안고 조용히 흐르도록 수양을 쌓아도 보고 낯선 것들은 거울 속의 내 얼굴로 만들어도 보자. 자연의 숨소리에도 조용히 귀 기울여 보고 미지의 세계는 손에 피를 묻혀가며 해부도 해보는 거다. 대자연을 향해서는 몸살을 앓아가며 철인 경기도 해보고 바다를 가르고 일어서는 태양을 와락 안아 보기도 하자.

쏟아지는 별빛에 샤워도 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시간을 붙들고 한가롭게 노닐기도 하자. 지금 당장 떠나 상앗빛처럼 밤을 새워가며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마르고 닳도록 서로 그리워도 해보는 거다.

어디 가슴 뛰는 일이 한둘이랴! 보지도 못하고 만져보지도 못한 것들을 만나러 괴나리봇짐을 싸자. 그것만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나가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깊숙한 내부의 공간을 향해서......

술 한잔할까 말까 할 때는 안 마시는 것이 좋고, 여행을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것이 좋다. 삼막이 옛길을 네 번째 오게 됐다. 한 번 간 곳은 잘 가지 않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면 세 번이고 열 번이고 간다. 산막이옛길의 초입에는 오랜 세월동안 우람한 나무가 되어 몸을 비틀며 하늘로 솟으려는 듯한 용트림 하는 모습의 거송이 여러 그루가 있었다. 우리 민족의 심성과 기개를 닮은 것 같아 정감이 갔다.

삼막이옛길을 여러 번 찾았지만 계절마다 느낌이 달랐다. 산막이옛길이라는 그 단어에는 이미 고향 같은 서정과 운치, 정서가 다 들어있어 명칭만 들어도 가고픈 생각이 든다.
그 길은 사연이 많은 곳이라 스토리텔링 거리가 풍부한 곳으로 많이 알려졌다. 또한 산빛과 물빛이 고운 사월 끝자락의 산책길이기에 초록의 신비감이 더해준다. 햇살은 명랑하고 앙증스런 이파리는 점점 몸을 불리고 있었다. 맑은 호수와 산빛에 안기니 산뜻하고 싱그러워 선물 같은 산막이길 풍경에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위를 올려다보니 등잔봉과 천장봉 삼성봉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게 펼쳐진 곡선의 능선은 어서 와라 유혹을 한다.

우리는 등잔봉과 천장봉을 향해 올라갔다. 즐비하게 늘어선 소나무가 우리에게 힘찬 응원 보낸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숨을 헉헉대며 올라갔다.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다가 지는 중이었다. 초록빛 산이 너무나 예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등잔봉 정상에서 섰다. 호수 쪽을 바라보는데 그야말로 명품 풍경이다 유람선이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가고있는 중으로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워 온갖 세상사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힘들게 정상을 오르는 것 아닌가!

한반도 지형과 붕어 섬이 보이고 독도와 울릉도도 보인다. 삼막이 나루터와 작은 마을이 고즈넉한 모습으로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는 서둘러 천장봉과 삼성봉 사이에서 왼쪽으로 조심조심 하산을 하다 보니 삼막이옛길과 만나게 됐다.
우리는 사월의 초록빛에 동공을 씻을수록 눈이 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초록 향기에 숨이 막힐수록 호흡이 편해짐을 느끼게 됐다.

푸른 늪에서 헤맬수록 더 가뿐해진다는 것도 알았고 비단 햇살을 들이마실수록 갈증이 더해온다는 것까지 알았다. 아, 사월 끝자락에서 느끼는 산빛의 이 아이러니...
삼막이 나루터에서 치유된 마음들을 유람선에 가득 싣고 올 수 있었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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