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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고향에서 / 고향생각-타향에서 보는 순창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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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만
북일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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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4월 14일(목) 14:09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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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본격적인 봄꽃이 기지개를 켜는 4월 첫 주말, 고향을 찾았다.
사람이 그리운 만큼 사람을 만나 밀린 회포를 풀고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전화위복인지 우리의 자연과 봄을 온전히 마주할 기회가 더 많아진 것은 다행이라 할 만하다.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의 터전에 발걸음을 내딛는 자체가 좋다. 촉감만으로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비록 예전 같은 조건이나 환경은 아니지만 그 느낌과 분위기만은 오롯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아직 농사철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준비로 논밭길을 거닐게 되었는데, 남녘의 봄답게 수많은 생명체들이 시동을 걸며 대지를 박차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꽃들이야 이미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의식조차 못하는 가녀린 싹이나 바닥에서 작게 자라는 식물은 준비 상태인 것이다. 그래도 그런 다양성에 감탄하며 또다시 맞은 눈부신 봄날을 경이롭게 이곳 고향에서 온몸으로 맞으니 도시에서 잔뜩 묻혀온 긴장과 스트레스, 묵은 때가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이런 게 고향이 주는 위안이자 원기 회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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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팔순이 되신 어머니께서 대화 중에 ‘커밍아웃’(이른바 대놓고 말하기)을 하신다. “자식도 이제는 손님이다.” 손님이라는 어감이 주는 상대성과 개별성이 있기에 나도 곧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함께 살면 가족이지만 늘 떨어져 지내다가 어쩌다 한 번씩 방문하는 존재이니 부모와 자식이라는 일차적인 결속은 당연한 것이나, 손님 치를 준비를 하고 겪어 내야 존재로 여길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은 늘 주고받으며 알콩달콩 사시는 동네 할머니보다도 먼 존재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웃사촌을 실감한다.
저녁 밥상에는 더덕무침, 도토리묵, 시금치, 파무침, 그리고 쑥국 등이 놓인다. 모두 신토불이 음식으로 ‘메이드인 순창’이다. 음식의 호불호를 떠나서 직접 보고 먹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자 피로 해소이다. 입안 가득히 봄 향기가 묻어난다. 기도를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어머니께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시한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고스란히 느낀다. 이럴 때는 막걸리까지 곁들이며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날 눈뜨자마자 어머니께서 역부족인 일들을 해치운다. 사실 잠시 힘만 쓰면 되는 일이다. 바람에 쓰러진 널빤지를 들어 옮기고, 화장실 천장의 일부분을 보수하며, 밭에 쓰러진 나무를 베어내는 일 등을 후다닥 한다. 어머니는 아무래도 연세상 근력이 부족하니 힘쓰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이렇게라도 내가 직접 도울 일이 있다는 게 다행이요, 자식 역할의 일부라도 채우는 일이라고 여긴다.
이어 요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동계 용궐산을 간다. 오후 시간에 갔어도 사람들이 꽤 많다. ‘용궐산하늘길’이라는 팻말을 따라 오르니 데크길이 나오고 중간중간 놓인 유명 문구 표지를 유심히 읽는다. 원래부터 있던 건 아니고 볼거리를 위해 세웠거나 조각한 글들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좀더 순창스러운 것이나 이 산만이 줄 수 있는 영감이 더해지면 어떨까 한다. 거기에서 아래를 굽어보니 장군목을 포함한 첩첩산중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짧은 감탄사(와우)와 함께 한 폭의 산수화라는 진부한 표현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태산에 오르니 세상이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공자의 말씀도 실감한다. 올라온 김에 인적이 확연하게 줄어든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기어이 오른다. 데크길부터 1.4km 정도를 더 헉헉대며 가다 보니 결국 정상에 도착,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데크길에서 본 것보다 더 장엄한 산세와 풍광을 조망한다. 다만 정상 표지석이 심심하다.(처음에는 용여산, 다음에 용골산, 현재에 용궐산으로 불리다) 산과 관련된 전설이나 누적된 이야깃거리를 덧붙인다면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직업병도 발동한다. 이왕 왔으니 제대로 음미해보자는 의미에서 요강바위 쪽으로 발길을 재촉하여 내려간다. 이리 되면 용궐산 종주가 된다. 하산길은 훨씬 길었지만 인위적인 변형이 가해지거나 기계적인 장치에 의지한 것들이 거의 없이 날 것 그대로라서 더욱 정이 갔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경험한 고향 뒷산 느낌이다. 한껏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내룡마을로 내려와 요강바위까지 살피는 여유를 부린다. 사실 유년시절을 온전히 보냈지만 요강바위는 처음으로 실물 영접을 한다. 요강 모양을 쏙 빼닮았고, 아이 점지를 소원했다거나 전쟁 때는 숨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매력을 부추긴다. 이런 게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강에 놓여 있는 흔하디흔한 바윗덩어리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더해지니 애틋한 감정마저 생겨난다.
밀린 숙제하듯 급박하게 이뤄진 측면도 있지만 시골집만 왔다가는 패턴의 변화를 줌과 동시에 고향의 진가를 새롭게 목격했다는 데 이번 시골행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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