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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구가 된 고양이 / 고향생각-타향에서 보는 순창 8

허 문 규
예가인 성형외과의원 행정부원장

2022년 03월 31일(목) 17:53 [순창신문]

 

ⓒ 순창신문



눈부신 오월에 와서 오월이라 부른다. 우리 집 둘째 아들이다. 어린데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 7시만 되면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밥 달라 보채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몸을 숨긴다. 마음이 편하면 민망할 정도로 큰 대자로 눕거나 졸기도 한다. 병원에 데려가 종합검진도 받고 예방접종도 했다.

대체로 건강하나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아 우리 큰딸이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해 왔다. 이번엔 여자 아이다. 아주 어린 시절의 귀엽고 깜찍한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오월이가 심심찮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우리 집에 오기 전의 미오라는 이름을 그냥 부르기로 했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나 새 이름을 지어주면 혼란스러워 할 것 같아서다.

처음엔 오월이와 미오를 따로 떼어놓고 익숙해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며칠은 서로 경계하며 싸우는 듯 했으나 날이 갈수록 친해졌다. 서로 경계 없이 부둥켜안고 발길질을 해댔지만 싸움이 아니고 장난이었다.

마치 유년시절 동생과 아옹다옹 다투기는 해도 코피 터지게 싸우지 않았던 것처럼. 오월이는 밥 달라며 그렇게 많이 보채지는 않는다. 미오는 뱃속에 거지가 들었는지 배고픔을 못 참는 아이다. 밥시간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밥그릇 앞에서 울거나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며 채근을 한다. 미오는 자기 밥을 소나기 같이 먹어 치우고 오월이 밥까지 뺏어 먹다보니 몸집이 드럼통이 되어갔다.

어릴 적에 내 과자를 다 먹고 나서 동생 것까지 뺏어 먹던 일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미오는 먹는 양을 줄이고 빡세게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대로 두면 관절과 심장에 부담이 올 수도 있겠다. 미오의 하루동안 식생활을 자세하게 살펴본다.

예민한 코끝이 다 먹어치울까 봐 입은 배꼽시계가 울리자마자 혀를 뽑아 아침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그 꿀맛에 조상의 뼈가 섞인 밥그릇에 흘린 침이 나선형 유전자의 문양으로 그려진다. 심장 뛰는 생선에 꿀을 발라 튀긴 듯한 먹이는 흥분된 방망이질로 간을 맞춰 혀에 찰싹 감기는데 맛있게 먹는 입술을 베어 먹을 정도다. 혀의 이빨이 뽑힐 듯한 전율에 깍지 꼈던 발가락이 풀린다. 코끝에서 애교 피는 비릿한 향이 삼바 춤을 추면 혀는 유혹에 못 이겨 먹이를 낚아채 게걸스럽게 먹는다. 세포가 살아 움직이도록 성찬을 준비시켜 놓고 배꼽에 시간을 맞춘다.

참으로 숭고한 식습관이다. 멸치, 오징어, 생선을 손질하고 있으면 환장들 한다. 코를 벌름거리며 낚아채갈 듯 덤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겨났나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고. 집사람이 어린 집시를 또 하나 데려왔다. 셋째 딸이며 이름은 제리라고 지어 호적에 올렸다. 장난감을 갖고 놀아주면 재롱을 얼마나 잘 피우는지 예뻐 죽겠다.

얘들을 키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때 되면 밥 챙겨 줘야지, 대소변 처리해 줘야지, 양치질해 줘야지. 중성화 시술도 시켜줘야지. 사춘기가 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집을 나간다. 한 번 집을 나가면 제 발로 들어온다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밖에서 이성을 만나 달콤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새끼를 낳아 기르며 영원한 길냥이가 되어간다.

봄이 되면 우리 집 귀염둥이들에게 햇살처럼 뻗친 수염에 풀빛 나비가 날아들고 겨우내 앙다물었던 입술은 손풍금 멜로디처럼 통통 튄다. 앞발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켜는 눈망울 속엔 초롱초롱한 꽃잎이 피어나고, 허리를 꼬며 춤을 출 때면 향긋한 털이 아지랑이 따라 봄 하늘에 수를 놓는다. 오월이는 유난히 높은 곳을 좋아하고 몸을 숨길만 한 곳은 미리 알아둔 것처럼 잘도 숨는다.

얘들은 어디든 올라가는 곳을 좋아해 캡타워나 냉장고, 책장, 캐비닛을 전망 좋은 곳에 진열해 줬다. 가끔씩 높은 곳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맘껏 뛰고 싶다' 는 욕망이 눈망울 속에 가득하다.

얘들은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드라이기 소리에 슬슬 피하고 청소기 소리에는 창백한 얼굴이 되어 슬며시 자취를 감춘다. 얘들은 소프라노 같은 목소리를 좋아해 여성들에게 더 친근감을 갖는다. 바람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눈동자가 커진다. 병맥주 따는 소리에 내 눈알이 커지고 기분이 좋아지듯 말이다. 큰 소리로 부부싸움을 하면 싫어하는 눈치다. 이리저리 흩어져 조용히 숨어버린다. 얘네들 때문에 싸울 일도 참고 넘어가게 되니 우리 집의 평화 유지군인 샘이다.

고양이가 반려 동물이라는 문화가 아직은 낯설다. 식구들의 동의 없이 키우게 되면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나도 상당한 고민과 설전 끝에 허락을 하게 된 경우이다.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는 아직도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쁘고 귀여운 애들이지만 남들도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고양이는 감성적이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금방 알아챈다. 영민한 동물이기에 입양과 파양 과정에서 상처를 주게 되면 성질 고약한 고양이로 변신하기도 한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게 되면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다.

성취감이 있어 좋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해소되어 좋다. 얘들과의 스킨십은 심장박동 수와 혈압을 낮춰주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춰준다.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양이의 가르릉거리는 소리는 우울함을 달래주고 기쁜 마음이 들게도 한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애완용 개의 장례식 사연이 올라왔다. 회사 사장님의 개가 죽어 장례를 치르게 됐는데 부고를 받고 안 갈 수가 없었다며 부의금까지 주고 왔다는 황당한 사연이다. 이 사연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이제는 애완용이라는 동물을 도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느새 오월이와 미오, 제리인 막내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가족이 되었다. 행복이 야옹되는 소리에 늘 빠른 귀가가 즐겁다는 것을 이해하시려나.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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