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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올리며 / 고향생각-타향에서 보는 순창 5

이 진 우
법무법인 다일 공동대표 변호사

2022년 03월 10일(목) 17:43 [순창신문]

 

ⓒ 순창신문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수록 사람들은 대부분 낯선 무엇인가보다는 친근했던 무언가를 찾는 경향이 있는듯합니다. 제가 1971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52살을 먹었으니 저 역시 이러한 세상사람들의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지난 나의 지나온 삶의 괘적에서 가장 친근한 단어는 역시 ‘고향’이랄 수 있겠습니다. 비 온 뒤 흙먼지가 사라지고 깔끔한 자태를 자랑하던 앞마당, 그 마당 한구석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던 정겨운 우물, 그 마당을 뒤로하고 언제까지고 영원할 것 같았던 슬래이트지붕의 촌스러운 건축물이 그 ‘고향’이라는 단어에 겹쳐 떠오릅니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그 시골집을 항상 지키고 계실 것 같았던 아버지, 어머니의 환한 모습까지도 그렇습니다.

누군가에는 아픔이나 괴로움의 감정이 남아있을 그 ‘고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도 그 곳에서 질풍노도의 시절을 지날 때에는 그 고향의 여백없고 좁아터짐에 많이 실망하기도 했었더랬습니다.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나름 저 스스로를 향해서, 그리고 특히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포함한 어른들을 향해서 원망도 많이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국민학교1),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나왔고, 특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준비하면서 ‘가난’이라는 단어를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가난’으로 인해 전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순창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를 붙잡아 준 것은 다름아닌 기숙사의 존재였습니다.
운동에도 별다른 재주가 없고, 몇몇 친한 친구들과만 계속 어울려 시간만 때우던 제가 그 기숙사에 들어가야만 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 역시 ‘가난’과 ‘성적’의 합작품이었습니다(1학기가 끝날 무렵 제 성적이 수직직하하였고, 입학 당시 받기로 한 장학금을 계속 받으려면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잠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저에게 새로운 기숙사 생활에서 또 시간을 메꾸는 유일한 방법은 책을 보는 것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다시금 그 시절 저를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주신 분들에게, 그것은 제 인생의 새로운 ‘기회’의 출발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거듭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그 ‘가난’이라는 단어는 대학입학 후 사법시험 합격을 할 때까지 제 삶의 일부를 차지하면서 저와 계속 동행했습니다. 저에게 ‘가난’이라는 단어는 ‘고향’이라는 단어와 일치하였고, 그 때문인지 저에게는 그 단어가 극복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저로서는 그 ‘가난’이라는 단어에서 제 몸덩어리를 벗어나고자 계속 노력하였고, 그러한 탓인지 지금도 저에게 있어 과거의 ‘고향’에 대한 인상은 ‘배고프고’, ‘가난했던’ 추억이 대부분임을 고백합니다.
저는 지금 ‘고향’을 떠올리면서 서울 강남의 논현동에 있는 제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는 지금도 ‘고향’에서 힘든 과정을 겪어내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하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이 ‘과거’의 한 장면으로 아련하게 자리잡으실 수 있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그 분들의 고향이자 저의 고향이 서로의 가슴속에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으실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소망합니다.

1) 일제의 잔재라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초등학교’라는 단어가 왠지 입에 붙지 않습니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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