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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고, 제주에서 배우다

2022년 02월 17일(목) 10:22 [순창신문]

 

순창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월 5일(수)부터 3박 4일간 학교 자체 통합교과프로그램인 <제주에서 배우다>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전 보고서 심사를 통해 선발된 1, 2학년 재학생 17명과 각 과목 교사가 함께한 이 활동에서 학생들은 제주의 역사, 인물, 지질, 문학 등에 대한 현장 답사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도모하고 교과서적 지식을 확장시키는 기회를 가졌다.
‘우도 지역 내 지질유산의 다양성과 가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가치와 의미’ 등 총 8개의 탐구주제에 대해 사전조사활동을 진행하였고 우도, 거문오름, 만장굴, 알뜨르 비행장, 4.3평화공원, 제주문학과 등을 직접탕방하며 관련 내용을 직접 발표하고 토의하는 활동 등을 진행하였다.
3박 4일간의 뜻깊은 활동을 마친 후 학생들이 작성한 감상문에는 이번 탐방활동을 이해하고 성장한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지역 학생들을 위해 이러한 프로그램을 꾸준하게 진행하여 온 순창고둥학교와 선생님들이 노고를 통해 우리 지역 학생들이 더 큰 꿈을 품고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순창신문



제주를 관통하는 총탄의 아우성

송 수 진 / 순창고등학교 1학년

이번 3박 4일 제주도 기행의 가장 큰 성과를 물어본다면 단연 제주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한반도 아래 조그만 섬이자 많은 사람들의 휴양지인 제주도, 내가 생각하는 제주는 딱 그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내게 제주란 어떤 곳이냐고 물어본다면 4.3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동백꽃의 섬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 제주도 기행을 신청했을 때는 단지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다는 것에 들떠있었다. 방과후에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선정하고 조사하면서 제주도 기행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점차 진지해졌다. 제주 4.3사건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배경, 인권의 소중함, 4.3사건 이후 제주도의 모습을 담아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한국사 교과서에 스쳐 지나갔던 4.3사건의 내막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상상하는 평화로운 제주의 이면에 놓여진 한 맺힌 눈물방울들을 볼 수 있었다.

늘 그렇듯 학살은 합리화될 수 없는 사소한 계기로 점화된다. 그저 나와 타인 사이를 이념의 차이라는 잣대로 가로막고 자국민을 향한 공격을 명령할 때 총탄의 궤적은 섬 전체를 관통했다.

살기 위해, 굶주리기 않기 위해, 사회주의 정당에 서명했던 행동의 대가는 말살이었다. 그들이 과연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더 부합하는 이념을 비교하여 사회주의 정당에 가입하였을까? 서명을 통해 얻은 쌀은 새하얀 독약이었다. 생명의 연장을 허용해준 결정되어 있었던 죽음. 부당함에 맞서 소리쳤던 그들에게 겨눠진 장총. 담백하고 단아한 하얀색 한복은 붉은 물감에 적셔지기를 허락할 수 밖에 없었고, 물감이 다 마른 한복은 뻣뻣한 수의가 되었다. 그렇게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던 그들은 죽어서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발포를 명령한 군인들에 분노한다. 소련과의 대결 양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주의의 씨앗을 멸한 미군에 분노한다. 자신의 세력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자국민을 학살한 대통령에 분노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제주의 땅 밑에는 누군가에겐 소중했던 영혼들이 잠들어있다. 세계의 저편으로 날아간 그들의 유골을 우리는 정지된 의식(意識/儀式)으로 추모한다. 생존했던 이들은 트라우마와 장애로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있다. 생존자라는 가느다란 줄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생존자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온통 붉은 꽃으로 뒤덮인 그날의 제주, 제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조금 더 숭고해져야 하지 않을까?


ⓒ 순창신문



아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강민정 순창고등학교 1학년

2022년 1월 5일, 우리는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로그램 이전 여러번의 조사를 통해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우리의 태도는 그저 관광과 휴식에 머무르지 않았다. 제주 방문에 있어서 내가 설정한 목표는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이해’였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의미한다. 내가 사전 조사한 보고서의 주제도 ‘제주 4.3사건’ 이였기 때문에 나는 제주도민의 아픔의 지도를 따라 걸으며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제주도의 비극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장소는 크게 3곳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첫째날에 방문한 알뜨르 비행장이 그 장소들 중 하나이다. 알뜨르라는 이름은 사실 제주도 방언으로 ‘아래 벌판’이라는 평화로운 단어이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이름속에 숨겨진 아픔은 너무 참혹했다. 비행장 곳곳에 위치한 콘크리트와 비행기 격납고들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말해주었다. 전쟁의 흔적이 담겨있는 그곳에서 나는 평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알뜨르 비행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또 한번 비극을 경험했다. 섯알오름 학살터에는 ‘백조일손’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백조일손이란 시체가 뒤엉켜 있고, 제대로 수습이 된 것이 없어 수 백 개의 손이 누구의 손인지 모르기 때문에 제주도 그 자체의 가족, 조상이라 명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나는 찢길대로 찢긴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드리고 싶었다. 학살터 옆에는 파악된 희생자 명단과 예비검속 희생자 추모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고무신들이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고무신을 보고 희생자들이 죽음을 예상하고 가는 길을 알리려고 던졌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추모비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장소는 제주 4.3 평화기념관이다. 4.3 평화기념관은 광복 전후 냉전이 사회에 끼친 영향부터 4.3사건의 배경과 전개, 그 복잡한 이야기를 전시의 형태로 잘 구현한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무장대를 피해 산에 숨어 지내야 했던 제주도민들의 암담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전시의 끝에는 방문객이 4.3사건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평화의 메세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나도 메세지 작성에 참여해 끔찍한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제주도 역사의 잔해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라도 역사의 아픔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다시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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