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6-04-17 | 10:02 오전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순창군수 후보

로그인 회원가입 기자방 원격
    정치/행정 교육 문화 스포츠 환경/보건복지 농업소식 종합 인물인사 칼럼 기획 특집 토론방 보도자료 지역소식 소식정보 포토 경제

전체기사

커뮤니티

독자투고

공지사항

독자마당

자유게시판

토론방

뉴스 > 문화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나의 앓음, 그 자체의 나에 대하여 / 제25회 전북 고교생 백일장 당선작

순창제일고2 조수현

2021년 11월 11일(목) 10:57 [순창신문]

 

쌀쌀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온몸의 피부가 반응한다. 팔과 다리에 박힌 자그마한 털들이 꼿꼿이 제 몸을 세운다. 내 몸을 못살게 굴었던 때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래서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앓는다는 것’에 대해 끄적여보기로 한다. 조금은 처지는 빗소리와 음악을 들으면서.
기억의 줄을 잡고 재작년으로 되돌아 가본다. 코로나19가 판을 치기 전 세상은 자유로웠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불화로 인한 따돌림이라는 나락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당시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냥 암담하기만 했었다.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졌고 학교에 가기는 죽기보다 싫어졌다. 그래도 꾸역꾸역 학교에 나간 것은 귀에 꽂은 줄 이어폰, 그리고 음악이었다. 나를 숨쉬게 해주었던 유일한 탈출구였던 음악에게 운명처럼 이끌렸다. 하지만 운명이 아닌 것이 사실이었다. 운명처럼 이끌렸지만 끝내 이루어내지 못하는 이유에는 부모님이 꼿꼿이 서 계셨고 음악을 포기하지 못한 시절의 나는 고집을 피우며 학원에까지 들어섰다. 결국 교통비까지 지원을 끊어버리신 부모님 덕에 4개월간의 꿈같은 일로 끝나버린 음악의 모습이 흐릿해져 갔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중학교 때도 연습에 매달려서 등하굣길에도 호흡 연습을 하고 목을 풀었던 나였다. 고등학교는 시간이 더 없어질 게 뻔했다. 게다가 내가 발을 들인 곳은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음악에게로 뻗은 손이 투명해졌다. 그렇게 나는 손을 잃었다. 오직 닿으려는 감각만 남은 체 형체가 사라져버린 나의 손,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앓음이 생겨났다.
다음은 기숙형 학원, 옥천인재숙에 들어간 시간을 조심스레 들춰내 본다.
2020년 6월,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공부, 입시, 대학, 진학...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게 주어지는 커다란 무를 먹으러 들어간 것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들어간 그곳에서 나는 무를 먹어야만 했다. 무는 잘 소화 시킨다면 살이 되어 좋은 영향을 주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무를 먹기 싫어한다. 먹기조차 힘들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무를 끓여서 달게 먹는 이들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 커다란 무를 어떻게 자를지,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허등대다가 결국 한다는 깃이 겉만 핥는 것이었다. 나의 이 어리석음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종국에는 완성되지 않은 이로 커다란 무를 베어 물었다. 계속해서 턱을 움직였다. 쉬지...않았다. 고통이 밀려왔다. 잇몸에서까지 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울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하나둘, 다른 아이들의 요리가 완성되어 갔기 때문이다. 생채기 정도의 타격을 입은 내 무를 바라보던 선생님께서도 한마디 하셨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해야지’
그 말이 그렇게 아픈 말이었나. 나의 미래와 안위를 위하신 그 말씀이 나를 부추겼다. 그래.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공부해나가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내 눈에 초점이 나가 있었다. 이미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는 아이들의 뒤꽁무니를 정신없이 쫓아가던 내 정신은 그렇게 피폐해졌고, 호흡기가 좋지 않았던 나에게 24시간 냉방은 몸마저 빼앗아갔다. 그렇게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 딱 하나, 무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남아주었구나, 네가...”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눈물을 터뜨렸다. 기어코 터뜨린 내 눈물을 본 어머니가 화난 눈을 하셨다. 내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셨다.
“널 죽일 셈이야? 네가 널...이렇게 죽일 거냐고!” 그리고 그날에는 비가 내렸다. 후두둑 쏟아지는 빗물을 따라서 추적추적 내 눈에서도 차갑게 식어버린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앓음이 끝났다.
다음 해, 감기에 걸렸다. 목구멍이 타버린 듯이 따가웠다. 약이 넘어가는 순간의 목넘김 조차 아픔이 허락하는 일이었다. 결국 눈살을 찌푸렸다. 내 몸의 이상한 기질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감기는 기침을 하지 않고 호흡기가 헐어버릴 때까지 앓다가 지나갔다. 아픈 티도 못 내고 혼자 끙끙 앓아가는 그 시간이 나는 속상했다. 그때 이후로 처음 생긴 이상한 감정이었다. 전에는 아픈 건 누구보다 잘 숨겼으면서, 아무도 모르게 아프다가 감기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면서, 아픈 것보다 누구 하나 내 아픔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속이 그렇게 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 몸을 내가 더 괴롭히겠노라고, 그래서 내가 많이 아파서 다들 내가 아픈 걸 알아주면 나는 그게 더 기쁠 것 같다고 철저한 몸 관리 대신에 내가 택한 것은 추운 바닥에 누워 자는 일, 그리고 내 안의 우울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일, 본디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쪽이 앓기 시작하면 같이 끌어 내리기 시작한다는 걸 비가 내린 날에 알아버린 내가 내린 특효 처방이었다.
내 몸이 아프려면 정신도 괴롭혀야 했다. 그렇게 나는 봄이라는 따뜻한 계절 속에서 혹독한 감기를 앓았다.
여름이 되자 나는 아프기가 싫어졌다. 건강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 몸은 작년을 뼈저리게 기억하나 보다 아침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까지 쐬어지는 에어컨 바람에 내가 또다시 제 몸을 버리면서 무모한 무 먹기를 시작 할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그렇게 다시 편도가 빨갛게 붓기 시작했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달고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웃음을 지으며 씁쓸하게 그때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이불을 잔뜩 뒤집어썼다.
앓는다는 것, 나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게 상처를 준 앓음은 영원히 내안에 남아서 백신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억들이 나에게 외친다. 자신 덕분에 다음 감기가 왔을 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제 덕분에 다음 시련이 왔을 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너로부터 어느 길을 가도 자신이 있을 테고 삶의 어느 순간에서라도 함께 할테니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다. 앓음을 쓰다듬는다. 독이 올라 내 살결에 생채기를 내던 그 아이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부드럽다. 부드럽게 나의 손의 감각을 감싸 안는다. 나의 손은 보이지 않았지만 기억의 잔상이 남긴 손자국으로 나는 잠시나마 나의 손을 본다. 내 손이 이렇게나 작았었나, 분명 커다랬는데, 내 안에서 머물던 열정이란 놈도 그만큼 컸던 것 같은데, 하지만 씁쓸한 마음보다 편안한 마음이크다. 나의 시간들이 남겨놓은 잔상으로 나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에 만족한 내 표정은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순창신문 기자  .
“”
- Copyrights ⓒ순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순창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순창신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순창군 읍·면민 협의회 4월 정

최기순 순창군 장애인편의증진기술

옥천5마을, 주민 화합 플리마켓

농업기술센터, 과수 화상병 원천

순창군청소년수련관, 청소년 자

순창군장애인복지관, ‘2026

대한노인회 팔덕면분회, 선진지

너의 탄생을 축하해♥ 장은우

“나무에 새긴 마음, 군민과 나

회사소개 - 조직도 - 임직원 - 윤리강령 - 편집규약 - 광고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기자회원 약관 - 구독신청

 상호: 순창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4078107159 / 주소: 전북 순창군 순창읍 옥천로 32 / 대표이사: 오은숙
mail: scn5850@naver.com / Tel: 063-653-5850 / Fax : 063-653-5849
Copyright ⓒ 순창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