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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헨리 단편 소설 / 감성을 깨우는 한권의 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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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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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3일(수) 16:38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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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면 눈을 뜨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다. 요며칠 사이 새벽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고 서늘한 감촉이 공기 사이에 스며 있다. 움츠러드는 어깨를 일부러 펴고 스트레칭을 한다. 길게 몸을 늘리면 세상도 따라 함께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름과 가을이 섞였는데 금세 가을과 겨울이 미묘하게 섞이는 시간이 도래한다. 시간은 참으로 놀라운 변신의 천재다. 시간과 공간은 손등과 손바닥처럼, 태양과 그림자처럼 꼭 붙어 다닌다. 인간이 몸뚱이를 지니고 세상을 감각하는 것 또한 그렇다. 정신과 몸뚱이가 꼭 붙어다닌다. 시간을 경과하면서 일정한 패턴이 형성되면 우리는 이것을 습관이라고 부른다. 습관은 타성이 되고 게으름이 되기도 하고 개성이 되기도 하고 성장이 되기도 한다. 변화의 단초가 되기도 하고 진부함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습관. 그것은 과거의 유물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는 습관으로 똘똘 뭉친 존재들이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은 진부하지 않다. 이 표현은 참으로 놀라운 탄성elasticity을 지니고 있다. 쭉쭉 엿가락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바위처럼 단단해 움쭉달싹못하기도 한다. 또한 시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능성의 존재이다. 나의 지금, 여기는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최종 목적지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걸어왔는지 지금, 여기의 나를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가을, 책을 펼친다. 책은 삶의 마중물이다. 책은 삶의 진정한 조력자이며 충실한 동무다. 책은 오랜 시간 동안 필자와 함께 웃고 울고 손 잡고 산책하고 사유의 온숲을 뛰어다녔다. 북카페에 들어가 책장을 들여다본다. 그림에 관한 책, 철학에 관한 책, 자연에 관한 책, 뇌에 관한 책, 명상에 관한 책들을 지나 오헨리 단편집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수천 권의 책들 속에 얇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헨리 단편집이 필자에게 손짓한다. 오헨리는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1862년 지구별에 도착했고 1910년 지구별을 떠났다. 48년의 지구별 여행 동안 약 10년에 걸쳐 300여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 냉소가 섞인 유머, 갑작스럽지만 감동적인 결말 등 극적 효과를 잘 살렸던 오헨리의 단편들은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다양한 감흥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2002년 독서를 지나 2021년, 19년만에 펼쳐든 책. 목차를 차례로 들여다보다가 <손질이 잘 된 램프>를 다시 읽기로 한다.
주인공은 두 사람. 루우와 낸시다. 두 사람은 고향에서 살기 어려워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왔다. 두 사람 다 예쁘고 활달하다. 루우는 세탁소에서 다리미질 하는 일을 구했다. 그녀는 발그레한 뺨과 엷은 푸른빛 도는 반짝이는 눈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이 일이 만족스럽다.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그녀의 다리미 밑을 스치고 지나가는 값비싸고 화려한 옷감의 아름다움에 취해 점점 화려한 색깔의 옷들을 사기 시작한다. 루우는 세탁물을 맡기러 온 손님 중 댄을 만나 데이트를 시작했다. 댄은 '말쑥하지만 기성복 티가 나는 양복에 기성 넥타이를 매고 항상 상냥하고 유별나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이며 '함께 있는 동안에는 잊어버리기 쉬운 존재였지만 헤어지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다. 루우는 혼자 데이트하기가 불편해 늘 낸시를 초대한다. 그래서 세 사람은 일종의 삼총사가 된다. 루우는 화려함을, 낸시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댄은 중량감을 지니고 있다. 셋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루우의 충실한 그림자와도 같은 댄을 따라 극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다면 낸시는 어떤 캐릭터일까. 낸시는 백화점에서 일한다. 그녀는 그저 '점원아가씨'이다. 루우처럼 노동을 통해 많은 돈을 벌지도 못한다. 하지만 낸시는 얼마되지 않는 주급과 세들어 있는 조그만 방에 만족하면서 자신에게 걸맞는 '멋진' 남자를 찾는다. 낸시는 백화점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의 몸짓과 걸음걸이, 미소짓는 법과 인사하는 법, 말투 등을 배운다. 부드럽고도 나지막하게 말하는 법도 배운다. 그녀는 점점 손질이 잘 된 램프가 되어가고 있다. 주변의 점원들은 낸시의 야심을 깨닫고 "얘, 네가 좋아하는 백만 장자가 왔어, 낸시."라며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낸시는 손님들이 단지 백만 장자 시늉을 하는지, 진짜 백만 장자인지를 가릴 재치를 키워나간다. 그녀에게 진지하게 구혼을 하는 백만 장자들을 낸시는 늘 냉정하게 거절한다. 그녀가 원하는 백만 장자는 그저 돈만 많은 사람이 아니라 교양과 정직, 친절 등이 몸에 밴 사람이다. 즉 처음에는 그저 돈많은 사람들의 취향, 보석, 취미, 교양을 익혀가던 낸시의 내면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물질적 가치에서 내면적 가치에로의 변화.
"넌 도대체 어떤 사람을 바라는 거니?"
많은 부자 남자들의 구애에도 아랑곳않는 낸시를 보고 못마땅한 점원들이 묻지만 그녀는 점점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지닌 여성으로 바뀌고 있다.
어느 날, 낸시는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댄과 함께 뮤지컬 코미디를 보러 루우를 만나러 갔다가 긴장된 표정의 댄과 마주친다. 루우가 부자 남자와 눈이 맞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루우는 하숙집 짐도 모두 옮겨 가버렸다. 오늘 저녁 극장표를 가진 두 사람.
3개월이 지나 루우가 낸시를 만나러 나타났다. 그녀는 값비싼 모피 코트, 휘황한 보석들을 몸에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루우는 낸시에게서 물질적 풍요를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두 눈은 보석보다 더 빛나고 두 뺨은 장미보다 더 붉고, 혀 끝에는 마치 전기처럼 짜릿한 그 무엇이 간직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낸시는 루우가 가지지 못한 무엇을 갖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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