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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용궐산 고사성어 탐방로 조성 논란

군, 바위에 새긴 글씨 복원 결정
주민들, 복원 결정은 신중해야
군 “예산 거의 안 들고 자연색으로 입힐 것”

2021년 09월 09일(목) 14:23 [순창신문]

 

ⓒ 순창신문



“기둥이나 조형물을 따로 세워 고사성어를 써놔도 될 것인데 왜 굳이 바위를 깎아서 글씨를 새겨야만 했냐”는 논란에 휩싸인 순창군이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복원을 결정해 졸속행정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군은 요강바위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동계면 용궐산에 고사성어 탐방로를 만들었다. 주민과 관광객은 “스토리가 없는 고사성어를 그것도 바위에 왜 새기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6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예의 대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를 구경 한 번 못해본 사람이 많고, 바위에 새겨진 추사의 서예는 돌아가시기 2년 전인 68세에 쓴 것으로 이를 아는 사람이나 구경해 본 사람은 없다.
추사체를 알기 위해 몇 개월을 도서관에 가서 추사체를 공부해 추사체의 진수를 알게 됐고, 이를 후손들에게 알리기위해 고사성어 탐방로를 기획하게 됐다. 또 仁者樂山(인자요산) 知者樂水(지자요수)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물을 좋아한다는 뜻을 담은 한석봉 선생이 쓴 글씨이며, ‘제일강산’은 안중근 투사의 글씨로, 안중근 투사가 여순 옥중에서 순국 전에 쓴 글씨이다. 또 순창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본받을만한 사람이 여암 신경준 선생인데 이런 인물이 순창 사람이었고, 백두대간을 기획하고 호남정맥 등 우리나라 정맥을 열다섯 정맥으로 집대성한 인물인 것을 알리고 싶었다. 또한 쌍치면에 훈몽재를 만들어 후학들을 가르쳤던 하서 김인후 선생은 문묘에 배양돼있는 18현의 명현들 중 한 사람으로 호남사람으로는 유일하다. 하서 선생은 순창이 고향은 아니지만 모친과 아내가 순창 출신으로 순창과 인연이 많아 순창에 적을 둔 명현이다. 미투로 사회 논란을 일으켰던 고은 시인 같은 사람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명현들이라 용궐산에 외국인들이 와서 봐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서체들이란 사실로 관광화하고 싶었다.
이 같은 이유로 혹여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예감했음에도 고사성어 탐방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군 관계자는 “먹을 이용해 최대한 바위색에 가깝게, 글씨와 바위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방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용궐산 주변에 사는 주민 A씨(61)는 7일 “농사짓고 밥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은 용궐산에 글씨를 새긴 것도 몰랐는데,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사는게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늘 민원을 넣는다”며 “수십 년간 마을 사는 사람들이 길을 하나 내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삼고 있는데, 귀촌한 사람들이 자연훼손이라고 막아서 마을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용궐산 바위 글씨도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자연훼손이라고 한다”며 “군에서 복원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복원이 될지도 의문이고 정상적으로 복원이 안 되면 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용궐산 고사성어 탐방로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논란이 거세지자 군은 복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군민들은 더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복원소식이 군 전체로 퍼질 경우 군에 대한 신뢰성은 크게 추락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군의 섣부른 복원 결정이 오히려 군민들을 자극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읍에 사는 B씨(55)는 “하나의 문제를 두고 볼 때 관점에 따라 보는 시각도 다른 것”이라며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하는데 군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문제가 됐으니 지금이라도 복원문제는 주민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미 욕먹을 것 다 먹었는데 돈낭비하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기획과 다르게 일파만파 퍼진 글씨 문제를 잠재우는 방법은 글씨를 바위색으로 입혀 표나지 않게 하는 것”이며 “다행히 화가인 주민이 인건비 정도만 받고 작업을 해주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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