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
|
감성을 깨우는 한권의 책의 힘
|
|
2021년 08월 20일(금) 09:36 [순창신문] 
|
|
|
| 
| | ⓒ 순창신문 | |
<감성을 깨우는 한 권의 책의 힘>을 집필 중이다. 33권의 문학 작품을 다시 읽는다. <키다리 아저씨>를 만났다. 필자의 독서 역사를 돌이켜볼 때 <키다리 아저씨>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책이었다. 하지만 무의식에 얼마나 깊이 잠재해 있었는지 다시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말하자면 어른이 되어 읽히면서 감동을 주거나 도약하게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청소년 무렵에 정신을 깨우는 책이 있고 어린 소년, 소녀였을 때 읽히는 책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키다리 아저씨>는 필자가 소녀였을 때 읽은 책.
며칠 전 카페에서 순창신문을 부지런히 읽고 있다는 독자 한 분을 만났다. "어렵지만 매주마다 작가님의 칼럼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가 말했다. 글이란 그런 것이다. 일단 누군가가 쓰고 그것이 활자화되면 또 누군가가 읽는다. 읽는 과정을 통해 글은 누군가의 정신 세계에 스며들게 되고 언젠가부터는 함께 삶을 걸어가게 된다. 어려서 책을 읽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부모가 언제까지고 자녀들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왈가왈부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의 밭에 심어주는 양식과 같은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시인은 어려서의 독서 경험이 전무한 까닭에 정신적 동료들이 많지 않아서 그는 이제서야 한 권씩 한 권씩 읽어가고 있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어려서부터 걸어왔다면 그의 삶은 지금보다는 더 풍성했을 것이다. 자연은 커다란 스승이고 삶 또한 커다란 스승이어서 우리를 지속적으로 지구별여행자로 성장하게 해 주지만 어려서 만난 정신적 동료들은 우리가 어딜 가든, 무슨 일을 경험하든 내적 공간 안에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박수치고 함께 두려움에 떤다. 체험을 온전히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공간에서 사는 이들과 함께 경험한다는 사실은 매우 경이롭다.
그것은 어딜 가든, 어떤 위험에 처하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우리가 열등감이나 우월감에 시달리는 정신병적 존재가 아니라 자존감self-esteem을 지니고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배경background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어떤 학자 유대인이 다른 나라로 떠나기 위해 배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는 많은 물질적 부자들이 있었다. 어느 날, 부자들은 서로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지니고 있음을 자랑하면서 유대인 학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것을 지닌 부자입니까?'
학자는 말했다. "나는 지금 입고 있는 이 옷 한 벌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많은 지식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진 재산입니다."
부자들은 하하하, 비웃었다. 후에 사나운 태풍이 불어닥쳐 배를 전복시켰고 그들은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몇 달이 지나 부자들은 낯선 도시에서 거지가 되어 길거리에서 구걸하다가 유대인 학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학자가 말했다. "당신들은 왜 그런 모습으로 지금 여기 있소? 나랑 함께 갑시다. 나는 내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당신들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할 수 있소. 자, 갑시다."
<키다리 아저씨>를 다시 읽으면서 자주 웃었고 자주 멈췄다. 아, 어려서 이 책을 얼마나 웃으면서, 가슴 떨리면서 읽었을까. 이 책이 필자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참으로 커다란 역할을 감당했구나. <키다리 아저씨>는 40세의 젊은 나이에 지구별을 떠난 진 웹스터의 경쾌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은 저루샤 애벗. 그녀는 18살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고아원을 떠나야 하는 소녀이다. 그녀는 원장의 눈에 들어 졸업 후에도 고아원을 떠나지 않고 97명의 어린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매월 첫 수요일이면 고아원은 들썩거린다. 고아원을 시찰하는 평의원들이 나들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저루샤는 기운이 빠져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창가에 기대 휴식을 취하는 시간까지 한시도 쉬지 못하고 진종일 이일저일에 불려다녔다. 이윽고 하루가 끝나 한숨을 쉬고 있는 저루샤를 원장이 부른다. 잘못한 일이 있는지 가슴 졸이며 원장 앞에 선 저루샤에게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 평의원 중 한 사람이 그녀가 쓴 글을 읽고 그녀를 대학을 보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건은 단 하나. 장학금을 대는 조건으로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할 것. 존 스미스라는 가명으로 평의원 중 한 사람이 저루샤를 작가로 만들고자 한다. 저루샤는 전화번호부를 보고 그냥 지어진 이름인 저루샤를 버리고 주디라는 이름을 스스로 정한다. 그녀는 4년의 대학 생활을 구구절절 적어 스미스 씨의 비서에게 보낸다. 그녀는 97명의 고아원 아이들을 쌍동이처럼 만들려고 했던 원장의 의도와는 달리 상상력이 유난히 풍부했던 소녀였다. 그녀는 4년의 대학 생활을 통해 작가로 거듭난다. 가난한 고아지만 자신에게 주어지는 교육을 통해 독립적이고 당찬 자아를 지닌 존재로 성장한다. 그녀는 정상적인 교육과 사회로 진입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한다. 그러면서도 사치와 허영의 세계로 자신을 내몰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성을 잃지도 않는다. 그녀는 멋진 옷을 기꺼이 구입한다. 스스로 만들어 입기도 한다. 귀족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솔직하게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는 다른 행성에서 존재했으므로 본성 자체가 다르다. 여자 작가이므로 가능한 작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섬세한 여성성을 표현한 부분들도 눈에 자주 띄었다.
필자도 어떤 의미에서 오랜 시간 키다리 아저씨를 기다려왔구나,를 깨달았던 적이 있다. "나에게도 이런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면 부지런히 성장할 텐데." 생각했었다. 그것도 30대 중반까지,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인문 공부를 하게 되면서 어려서부터 읽었던 책들을 재해석하는 과정으로 진입했다. <키다리 아저씨>도 그렇게 재해석되었다. 아, 어려서 우리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우리의 정신 속으로 스며들어 나도 모르게 함께 하고 있었구나. 나의 일부가 되어 있었구나.
책은 우리의 마음밭心田에 뿌리는 씨앗이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다. "씨앗을 뿌리고 싶다면 먼저 밭을 갈아야 한다."고. 가을이다. 책 앞으로 헤쳐 모엿!*
| 
| | ⓒ 순창신문 | |
|
|
|
|
순창신문 기자 . “” - Copyrights ⓒ순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순창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순창신문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