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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른 새벽이었다.
우산을 받쳐 들고 걸어서 시가지를 한바퀴 돈 다음 읍사무소에 도착하니 6시가 미처 못되었다.
그때 밖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보니 비에 흠뻑 젖은 60대 정도의 아주머니가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데 집 하수구가 막혀 마당이 물바다가 되어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어 읍사무소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새벽 6시 전인데 누굴 부르지? 더구나 개인집 하수구가 막힌 것인데...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나 오죽 답답했으면 새벽에 읍사무소까지 찾아왔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공무원에게 전화해 현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아주머니집은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오래된 집이었다. 집 앞 하수도관이 깨져 그 사이로 흙 등이 쌓여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의 작업 끝에 물이 빠지게 되었다.
그때 아주머니께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까만 비닐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딱 한주먹의 상추였다. 새벽에 비 맞으며 일하는 우리에게 미안한데 줄게 마땅치 않으니 아마 집에 있는 상추를 가지고 온 것 같다.
얼떨결에 받아들고 돌아오는데 돈 한 뭉치 받은 것 보다 값있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거친 손과 고마워하는 눈빛이...
지방공무원, 행복한 직업이다.
<순창읍장 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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