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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 / 이 서 영 편집위원 / 작가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

2020년 02월 26일(수) 16:45 [순창신문]

 

ⓒ 순창신문



세상에는 느리게 걸어오는 이를 기다렸다가 함께 길을 걸어가는 여행자들이 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인류의 문화가 각 지역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더욱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안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돈이 되는' 것들을 향하여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자본주의적 발상이 사실은 미화되고 맹목적이라는 사실을 안다. 나라와 나라의 독특한 개성, 지역과 지역의 차별화된 개성들이 생명과 자연환경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다.

이른바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미명하에 지역과 국가의 경제를, 문화를, 정신을 하나의 세계체제 속으로 통합시키려는, 모든 것이 '돈'과 '이익'으로 환산되는 세상이 있다. 언젠가부터 세상의 모든 가치는 '돈'과 '이익'이 되었다. 삶의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돈과 이익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라는 책이다. '오래된 미래'라고 그녀가 말한다. 참으로 패러독스한 언어의 조합이 아닌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오래된'이라는 과거의 단어를 사용한다. 그녀의 혜안이 반짝이는 매우 멋진 말이어서 일단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고 입술에 얹혀지는 표현이 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언어학자이며 작가이고 사회운동가이다. 그녀가 라다크 사회를 들여다 본다.
라다크는 히말라야의 다른 지역처럼 수 세기 동안 독자적인 삶을 영위해 왔다. 그들만의 독자적인 삶의 방식은 혹독한 기후, 척박한 환경에도 그들을 행복하고 자족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인간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며 살아왔다. 자연환경의 제약은 그들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고립된 이 지역에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화의 물결이 조금씩 흘러 들어오기 시작한다. 고립되었던 사람들이 지구촌의 가족이 되어 가면서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다.

헬레나는 지역적인 고유의 특성이 살아 있었던 라다크 사회가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오랜 세월에 거쳐 지켜본다. 그리고 드러나는 수많은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녀는 라다크 사람들이 지켜온 기존의 전통과 소중한 생활태도, 즉 서로를 향한,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 와중에 새로운 상황에 기존의 전통과 생활태도를 접목시켜 현대화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그녀가 말하는 '오래된 미래'란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미래를 향하여, 현대화를 향하여 나아가되 종국에는 전통을 버리지 않고 과거의 소중한 것들을 복원시켜 나아가면서 미래를 향해 걸어가기를 그녀는 바라는 것이다.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지구별이 요동을 치고 있다. 자본과 에너지 집약적 경제성장으로 지역의 개성적인 문화와 생태계가 무작위로 파괴되고 있다.
헬레나는 세계화에 의해 파생된 많은 문제점들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지구촌은 테러리즘, 지구온난화, 독성물질로 인한 오염, 방사능, 근본주의, 먹거리의 교란 등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한 위험천만한 사회가 되었다. 독점거대기업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방법을 무차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생존을 위하여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친다. 그로 인해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자본과 첨단기술이 지구촌 곳곳을 파고 들어 지역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전세계가 획일화되고 파괴되어 가고 있다.

헬레나가 바라보았던 라다크는 순창이라는 지역공동체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순창은 작은 도시다. 향후 얼마나 오랫동안 순창,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을지 알 수 없다. 순창이 작은 도시인가 큰 도시인가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순창은 순창만의 특별함이 있다. 순창,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특화할 무언가가 있는가? 순창만의 역사도 있고 순창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그들만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삶이다. 최근 아카데미상을 수상함으로써 지구별을 들었다놨다 했던 영화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저의 영화스승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입니다. 그가 저에게 이렇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독창적인 것이라고요."

그렇다. 헬레나는 라다크로부터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깨우치기를 바란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역적인 것을 버리지 않고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우리다울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정체성도 개성도 독창성도 잃어버리는 미망의 삶 대신에 순창만의 맨얼굴이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삶은 개발과 외적인 성장논리로만 설명되어질 수 없는 가치, 라는 것이 존재한다. 독특한 얼굴을 가진 독특한 개성이 활활 살아 움직이는 존재인 순창의 지역적 특성이 세계적인 풍요로움이 될 수 있다. 고유한 가치와 전통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미래적인 대안이 아닐까. 오래된 미래를 순창은 이미 지니고 있음을. 과거와 미래는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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