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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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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 영 편집위원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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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12일(수) 15:26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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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암기(暗記), 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어두울 암(暗)’과 ‘적을 기(記)’라는 한자어가 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어두운 곳에 적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두운 곳’이란 어디를 지칭하는 것일까.
칼 구스타프 융박사는 5%의 의식과 95%의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인간의 정신이라고 보았다.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들의 움직임, 생각 등은 사실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실을 의식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야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은 서로 마주보기 시작한다.
공부를 하다보니 ‘잠재의식’이 무의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되었는데 '잠재의식'이란 의식적인 공부를 통해 쌓여지는 저장공간을 뜻한다고 한다. 이렇게 의식적인 공부와 암기를 통해 무의식의 거대한 공간 중 ‘잠재의식’의 영역이 꾸준히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 무의식의 바다는 늘 고요하던 상태를 벗어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 움직임이 아주 작은 파도 하나를 만들어 내면 드디어 시작이다.
이 작은 파도는 서서히 움직여 만 개의 파도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쓰나미처럼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되면 무언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무의식의 거대한 파도는 내가 원하는 창의, 창발, 창조, 창작의 기쁨이라는 순간에 이르게 된다는 것.
우리는 파블로 네루다라는 시인이 언젠가 [시가 내게로 왔다]고 말했음을 알고 있다. 시를 쓰려고 애쓰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시가 쓰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억지로 쥐어짜서 무언가 아름다운 문장 하나, 가슴을 툭 치는 문장 하나, 만들어보려고 애써도 그런 문장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때! 우리는 알게 된다. 선지식과 선경험의 중요성을 말이다. 말하자면 무언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그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씨를 뿌리고 싶다면 먼저 ‘밭을 갈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워보겠다고 작정했다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꽃 한 송이라는 씨앗을 뿌릴 장소, 즉 밭을 먼저 갈아엎어야야 한다는 뜻이다.
시 한 편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면 한 편의 아름다운 시는 이 세상에 고개를 내밀 수 있다. 가능하다. 그러나 실을 뽑듯 쉬지 않고 시를 써내려갈 수 있으려면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라는 정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한다. 필자의 주변에는 시인들이 참으로 많다.
어떤 시인(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그)들은 남의 글은 전혀 읽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남의 글을 자꾸 읽게 되면 자신의 감성이 자극을 받는다기보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는 여러 단계가 있다. 시의 첫 기능, 모든 글의 첫 기능은 '치유'에 있다. 글을 쓰면 그냥 행복한 것이다. 그렇게 쓰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단계, 첫 단계다. 계단은 단 하나의 계단을 계단이라 말하지 않는다. 두 개, 세 개, 네 개의 계단을 오름으로써 우리는 조금씩 위로 상승하고 정신은 고양된다.
사실 문학의 기능은 치유에서 시작해 성장에 이르는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말]과 [글]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언어'는 타자와 내가 소통하는 거대한 공간이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종의 ‘상징’인 것이다.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이해가능하며 의식의 고양을 통해 영혼의 성장에 다다르는 것, 그것이 말과 글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번 주에 소개하고 싶은 책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 명 적 인 글 쓰 기 방법론'이라는 문구가 있다. 거짓말이다. ‘혁 명 적 인 글 쓰 기 방 법 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무언가를 쓰고 싶다면 쓰기 시작하라. 하지만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읽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읽은 뒤에는 반드시 써야 한다.
그렇게 글쓰기는 시작된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 쓰는 것 자체의 즐거움에 대하여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쓰는 자체의 즐거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 필자가 글공부를 시작할 때 만나게 된 이 책을 필자는 7번쯤 읽었던 것 같다. 글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수많은 책들이 있다.
이 책 또한 그 수많은 책들 중의 한 권일 뿐이다. 그러나 독특한 지점이 있다.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야 한다’는 사실. 이만큼의 절실함이 없이 쓰는 글은 그저 당의정이요, 생명이 없는 조화(造花)에 불과하다. 그런 척,하는 글을 쓰려고 하지 말라. 나의 바닥까지 내려가서 쓰여지는 뜨거운 글을 만나고 싶다면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쓰고 부지런히 암기할 일이다.
암기(暗記)란 무의식의 저장창고를 깨우는 매우 빠른 지름길이다. 소리내어 말하라. 소리내어 외워라. 당신의 말과 글이 깨어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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