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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되기’ / 제3회 장애인식개선 순창군민 백일장 공모전 장원 수상작

김 사 라 / 순창읍

2020년 05월 20일(수) 15:47 [순창신문]

 

‘오체불만족’이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사지절단증’이라는 희귀한 병을 안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전적인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끝까지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저자의 성공적인 도전기보다 저에게 있어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바로 책의 첫 장이었습니다.
첫 장을 읽으면서, 저는 제가 4살 때 같은 유치원에서 오토를 만났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도 오토가 타고 있는 전동 휠체어가 정말 멋있어 보였을까, 또 오토에게 다가가 오토의 거의 없다시피 한 짤막한 팔과 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었을까.’
4살의 저는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데?”
“으응,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말야, 병에 걸렸대. 그래서 팔과 다리가 생기지 않은 거래.”
“으응, 그러니.”
호기심을 해결하자마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기억하는 한 어렸을 때 장애를 가진 친구와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눠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나와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장애입니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바로 그 장애를 가진 어른이 된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제 딸아이의 초등학교 교실은 좀 달라졌습니다. 한 교실에서 장애인 친구도 함께 수업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아를 자기 반 친구로 여기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실제로 딸아이가 자기 반 장애인 친구에 대해 해 준 얘기들은 어느 아이가 그 친구를 놀렸다느니, 아니면 괴롭혔다느니 하는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에서는 1년에 한두 차례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기억도 못 하는 우리 아이만 봐도, 그 효과는 미비한 거 같습니다. 교육의 일선에 있는 ‘장애 인식개선’ 강사들도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 자녀들이 어떤 편견도 갖기 전인 유아기부터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같이 놀고 교육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그 어떤 마음의 장벽도 없이 친구들의 장애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은 장애인 친구와도 잘 소통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장애아와 비 장애아가 같이 교육을 받는 어린이집은 전국적으로 3%도 안 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는,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소통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라고 부르는 시대입니다. 단순히 공부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통능력, 공감 능력이 중요한 시대인 겁니다. 바로 장애아와 비 장애아의 통합교육이야말로 우리 자녀들의 공감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교육인 셈인데, 불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그 기회를 거의 다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그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는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후천적 장애인이 80%가 넘습니다.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입니다.”라는 외침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매번 고개는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그런 생각을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순창에 귀촌해서 몇 년 안 되었을 때, 마음에 감동이 있어서 순창요양병원을 한동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솔직히 말해서 장애인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휠체어 없이는 침대에서 한 발짝도 내 딛을 수 없는 분들이 많았고,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소통이 어려운 분들도 많았습니다. 뇌졸중 또는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지능이 저하되신 분들도 계셨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는 복합적인 장애를 갖고있는 것은 평범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깨달은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장애인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는 장애인으로 죽는다”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는 한 어르신의 말씀입니다. “너는 늙지 마라.”
그 한마디에 그분의 어려운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곳의 어르신들은 몸도 아프고 장애로 인해 불편할 뿐 아니라, 외로움이란 더 지독한 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가가 몇 마디 말이라도 건네면 너무나 반가워하시고 고마워하셨습니다.
한번은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외국인 장애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장애인을 놀리면 안 된다고 교육받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놀리는 대신에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한다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말한 것입니다.
그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외로움이란 병으로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먼 훗날 저 또한 몸 아프고 여러 장애로 힘들어하면서 동시에 지독하게 외로움을 느끼게 될 때가 오겠죠?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쉽게 말해, 남이 너에게 해 주기 원하는 대로 네가 남에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떠오른 것은 바로 ‘장애 이웃의 친구 되기’였습니다.
우리의 장애 이웃 중에는, 우리가 몇 해 전 떠나보낸 고 박진식 시인이 있습니다. 저는 귀촌한지라 순창의 돌 시인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우연히 ‘돌 시인과 어머니’라는 오래전 다큐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뜻밖에도 제가 평소 지나던 골목 모퉁이 집이 바로 그의 집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몰랐지만 그분은 저의 가까운 이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언뜻 떠오르는 장애 이웃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무관심으로 살아온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장애 이웃을 찾는 일로 첫걸음을 떼려 합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장애 이웃과 친구가 되기 위해 넘어가야 할 걸림돌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장애인을 아직은 자연스럽게 바라보지 못하는 제 안의 장애입니다. 또 그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도 분명 또 하나의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기려고 합니다. 먼 훗날, 외로움 속에서 함께 해 줄 수 있는 친구를 기다리는 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말입니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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