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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라인 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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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2일(수) 11:44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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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순창에 산 지 벌써 5년째다. 나이 40이 넘으면 시간이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고, 세월 거스를 재간도 없다. 가까운 고향을 뒤로 하고 순창을 고향삼아 사는 것이 좋고, 순창이 이제는 고향이다.
하루하루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요즘은 더 그렇다. 서울에 살던 가족들이 귀촌을 결정해 순창에 터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고, ‘선공후사’(공적인 일을 먼저, 사사로운 일은 뒤에)라는 말을 직장에서 들으면서도 철저하게 선공후사를 지키지 못하는 마음 또한 불편하다. 할수만 있다면 ‘읍소’라도 하고 싶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귀농, 귀촌하는 일이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인 줄 가깝게 지켜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지역 언론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귀농귀촌을 유도하는 군 정책에 대해 심도있는 취재를 해본 적이 없다. 군에서 홍보하는 대로 잘되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의 일’이 되고 보니 이야기가 다르다.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게 많았다.
귀농귀촌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급한 것은 집 문제였다. 집이 급선무였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려면 잠시라도 머물러야 할 집이 필요했고, 귀농귀촌인들은 집을 구하는데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도 있으면 임시로라도 거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장말 난감한 지경에 이른다.
군에서 제공하고 있는 귀농귀촌으로 지정된 농가주택이나 펜션 등은 귀농귀촌인들 일부의 거처에 지나지 않는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 비해 거처할 수 있는 집은 극히 적다. 군의 귀농귀촌 정책은 생색내기에 그치는 모양새다. 실질적인 정책이 아쉽다.
읍내 아파트 등 주택을 구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면 단위에 있는 농가형 주택조차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매매로 나와 있던 면 단위 주택조차 군이 지원해주는 수리비를 받아 집을 고치고자 하는 집주인 때문에 나온 매물조차 들여놓는 상황이다. 군이 2천만원을 들여 농가형 주택을 수리한 후 5년 동안 귀농귀촌인에게 임대를 하면 수리비를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이다.
군의 귀농귀촌 정책이 오히려 집을 구하고자 하는 귀농귀촌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군수는 귀농귀촌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군 정책은 겉돌고 있다.
특히 군 귀농귀촌센터는 경쟁 일색의 도시생활이 싫어 농촌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큰 압박감을 주고 있다. 귀농귀촌센터는 귀농귀촌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해놓은 교육을 받지 않으면 귀농귀촌인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으며, 일정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마치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임시로 잠깐 머무를 집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귀농귀촌센터는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발효학교’를 개설했다. 귀농귀촌센터가 군으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한 해 1억7천만 원이다. 그런데 귀농귀촌센터는 발효학교 교육생들에게 15만원의 교육비를 받았다. 센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군이 센터에 위탁을 맡기면서 10%의 자부담을 책정했고, 센터는 교육생들에게 그 10%의 자부담을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것.
교육생 중에는 귀농귀촌과는 상관없이 고추장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온 사람도 있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교육비를 많이 받아도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귀농귀촌을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장담그는 기술만을 배우기 위해서 참가한 사람은 드물어 보였다.
29일 발효학교 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은 30여분 동안 시험도 봤다. 교육을 했으니 제대로 배웠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귀농귀촌센터에서 확인까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교육비를 내고 서울 등지에서 와 교육을 받는 입장이라면 누가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열심히 교육을 받을 것인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상황이다.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지를 테스트 할 일이 아니라, 얼마나 알찬 내용을 가르쳤는가를 체크해야 맞을 상황이다. 교육생들이 얼마나 교육에 만족을 했는지를 물어야 할 일이다. 이번 발효학교는 4일 교육 중 첫날과 마지막 날은 발효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귀농귀촌센터는 교육생이 많으면 심사를 거쳐서 선정한다는 기준을 정해놨다.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를 귀농귀촌 정책으로 살려보자는 군수의 취지와는 뭔가 맞지 않은 느낌을 주는 부분이다.
귀농귀촌 교육을 의무화해놓고, 교육비를 과다하게 받으며, 더욱 놀라운 일은 군 귀농귀촌센터가 권한 행세(?)를 하고 있는 것. 귀농귀촌센터 관계자는 교육을 희망하는 교육생에게 ‘가족이 고추장 만드는 것을 봤으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등의 인터뷰를 하며,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기도 했다. ‘교육을 희망한다고 해서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을 받고자 해도 선별적인 절차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하는데, 귀농귀촌인들이 순창에 와서 살기도 힘든 구조다.
한 귀촌인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되는 도시에서 살기 싫어 귀촌을 결정했는데, 귀농귀촌의 첫 관문인 귀농귀촌센터에서부터 또 다시 경쟁을 강요받는 생각이 든다”며, “연고가 있어 지역에 오는 사람들은 그래도 덜할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는 심각한 상황일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창에는 커트라인이 있는 느낌”이라며, “커트라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순창에 오고자 하는데 순창에도 커트라인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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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기자 “” - Copyrights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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