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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이래서 좋다”

열린 이정(里政)의 주인공 정재호 오산리 이장
“귀향했지만 씨감자 소득 포기 못해 괴산에서도 농사”

2016년 02월 03일(수) 11:25 [순창신문]

 

ⓒ 순창신문



풍산면 풍산로 휴먼시아 아파트(오산리)가 정재호(70) 이장이 귀향해 살게 되면서 활기 있는 주거지로 변하고 있다.
원래 풍산 휴먼시아 아파트는 읍 경천 주공 대기자들이 임시로 머무는 아파트 정도로 인식돼왔고, 실제로 휴먼시아에 살다 경천 주공 입주 순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경천 주공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그런 아파트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정 이장이 신임 이장이 되면서 조용한 아파트가 아니라 생기있는 아파트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 이장은 주민총회에 나온 젊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이장에 선출됐다.
늘 해오던 방식대로 연말이 되면 하던 사람이 그대로 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마을의 질서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런데 돌연 주민총회 날짜를 보고 이의를 제기하는 입주민이 나타났다. 12월 중순 어느 금요일 오후 3시로 정해진 주민총회가 ‘좋은 시간이 아니다’라며 조정을 요청했고, 총회의 날짜가 토요일로 변경됐다.
날짜 변경을 요청한 것은 ‘한 사람이라도 더 참석할 수 있으려면 쉬는 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요청은 설득력을 갖고 곧바로 변경돼 총회는 토요일에 열렸다.
바로 신임 이장이 된 정재호 씨의 적극적인 행동의 결과였고, 총회장에서는 ‘시원스러움’으로 이목이 집중돼 주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정 이장은 이후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고란에 톡톡 튀는 인사말을 게시했다.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사는 이장 누구’라고 밝힌 뒤, ‘읍내에 나갈 교통편이 없어도, 갑자기 식료품이 떨어져도, 아기를 맡길 곳이 없어도, 노인들의 몸이 불편해도 이장을 찾아 달라’며, ‘성심 성의껏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고 전했다.
정 이장은 풍산 우곡리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마을이 우곡리라 지금도 우곡리와 오산리를 오가며 두 마을을 모두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젊은 시절 아내의 큰 키에 반했다”는 정 이장은, “65세 밖에 안 먹은 집사람은 젊다”며 여러 번 ‘젊음’을 강조했다. 크지 않은 키 대신 시원스러움과 야무진 말솜씨를 지닌 정 이장의 출향 스토리를 들어봤다.
1976년 군 영농후계자로 선정된 정 이장은 수원 연수원에서 한달 간 교육을 받고 나서 농협 저리 융자 1000만원을 받아 서울에서 소 200마리를 샀다. 그런데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은 소들에게는 만만하지 않았다. 바람을 쐰 소들이 감기에 걸려 얼마 지나지 않아 30마리 정도가 죽고 말았다. 당시 군 축산계장 등이 안간힘을 쓰며 소들을 살리고자 했으나 다 죽고 나중에는 50마리만 남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사이 융자금은 원금과 이자가 불어 빚으로 남았다.
그래서 살기 위해 서울로 뜰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마을에서는 ‘영농후계자가 도망갔다’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서울로 간 정 이장은 청소용역을 시작했고, 다행히 청소 용역은 돈이 됐다고. 그래서 빚도 갚고, 결혼도 했다. 생활이 안정되니, 3남매도 잘 자라줬다.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나서는 3억원 정도 하는 아파트를 팔아 괴산에 있는 주유소를 인수했다. 당시는 주유소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3억원이 넘는 주유소는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또 한 번의 크나큰 실패였다.
하지만 또다시 일어서야 했다. 살 길을 찾던 중 괴산 특산품에 생각이 머물렀고, 특산품이었던 ‘대학찰옥수수’와 ‘절임배추’는 먹고 살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도 고향만 못하다”는 정 이장은, “충청도에 살면서 항상 그곳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서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작년 8월 귀향해 집을 지으려고 보니 풍산에 아파트가 있어 평생 살아도 되겠다 싶어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귀향한 지금도 정 이장은 괴산을 왕래하고 있다. 괴산의 대학찰옥수수와 절임배추는 정 이장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것들이다. 무엇보다 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씨감자’다. 씨감자는 일반 감자에 비해 2배 이상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고마운 작물’이다.
“괴산은 씨감자를 장려해 주민들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정 이장은 밝혔다. 괴산군이 선정한 농가에서 씨감자가 재배돼 일반 농가에 보급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그곳에서는 선정 농가에 대한 보장과 관리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
“고향이 좋고, 고향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귀향했지만 정 이장은, “씨감자만은 놓아버릴 수 없어” 여전히 괴산을 향하고 있다.
괴산과 풍산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고, 풍산에도 괴산의 대학찰옥수수를 심었다. 농사를 짓는 트럭과 승합차가 있어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사를 “해줄 수 있다”며, “입주민들이 어려워 말고 도움을 청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장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하려고 하는 일이 있다”는 정 이장은, “노인들은 끼니를 챙겨먹는 게 중요하다”며, “우곡리에서나 오산리에서 오후에 모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저녁을 꼭 경로당에서 먹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절임배추를 하면서 “확보한 고객이 500명”이라는 정 이장은 “상품은 곧 얼굴”이라는 신념 속에서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문 농부’이다.
35년 동안을 객지에서 살았던 정 이장은, “고향이 이래서 좋다”며, “고향에 오니 친구들도 많고 선배들도 많아서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도에서 오래 살았지만, 그곳에서는 객지 사람일 뿐이었다”며, “역시 고향이 좋다”고 행복해했다.

ⓒ 순창신문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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