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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동체기금으로 선순환 경제 이끄는 논골 신협

기획- 지역을 살리는 순환경제에 주목하자

2015년 06월 24일(수) 11:45 [순창신문]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방식이 아닌 인간적인 얼굴을 한 따듯한 순환경제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적 기업의 현실은 기대와는 달리 어두운 예측을 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현장에서는 한국 사회적 기업들은 조만간 대부분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출발부터가 정부 주도하로 추진됐으며,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통과하면 지원금을 주는 인증제에 기반, 자구노력보다는 정부 지원금에 기댄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예비인증과 본 인증을 마치는 5년 동안 인건비, 4대 보험료, 연구개발비 등의 정부 지원이 끊기는 순간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그러다 2012년 12월 한국사회에서는 다시 ‘협동조합’이라는 희망의 새로운 이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페인 몬드라곤과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협동조합 기본법이 급조됐다.
불과 3년이 채 안된 2015년 2월 집계된 협동조합 수는 6600여개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과 달리 공적자금이 수혈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운영문제는 있지만, 자생력을 갖춘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경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경제력은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경제력은 결국에는 배분의 문제와 직결된다. 사회적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배경에는 배분의 문제가 공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심어져 있다. 공정한 배분을 통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한 분배의 원칙을 가지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회적경제의 주체인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들이 출발 취지를 살리고 있느냐?의 문제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새롭게 대두된 협동조합이나 성공한 사회적 기업, 또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출발한 새로운 대안경제가 있다면?
지역과 금융이 연계된 새로운 대안경제…. 옥천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 신문사의 연합취재단이 브라질의 대안경제와 국내 사례를 심층 취재했다. <편집자주>




가난한 자들의 희망이 되다
한국의 파우마스 은행 ‘논골신용협동조합’

지난 6월 3일 논골신협을 찾은 연합취재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논골신협의 성장이 앞서 방문한 브라질의 파우마스 은행과 너무도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설립목적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가난한 철거민을 위해, 그리고 신용 자체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것. 그들의 회생과 성공을 위해 도우며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매우 흡사한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브라질 빈민가인 콘준토의 ‘파우마스 은행’과 서울의 빈민지역 성동구의 ‘논골신협’에는 가난한 자들이 경제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사채 끌어 쓰던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 ‘논골신용협동조합’


논골신용협동조합(논골신협, 이사장 유영우)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동, 행당동, 하왕십리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지역인 소위 산동네였다. 1993년 아파트를 짓기 위한 재개발 바람과 함께 원주민들을 밀어내기 위한 철거 사업이 시작됐고, 이에 맞서 주민들은 생존권과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다른 철거 지역과는 달리 가이주 단지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가이주 단지란 재개발 완료 후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말한다. 주민들은 가이주 단지에서 4년을 함께 보내며 공동체 운동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했다.
지난 1994년 주민협동공동체실현을 위한 금호·행당·하왕지역기획단(기획단)은 주민자치 조직을 만들었다. 이 기획단은 다시 경제협동분과와 생산협동분과, 생활협동분과, 사회복지협동분과로 나뉘어 협력하게 되고, 경제협동분과가 1997년 논골신협을 탄생시켰다.
주민들은 각 마을마다(6개 임시거주시설) 출자위원을 정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3년간 몇 백원에서 몇 천원씩 출자금을 모았다. 신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3억원의 출자금이 필요했는데 주민들은 철거 싸움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매일 출자금을 모았고, 이렇게 마음을 합한 이들이 500여명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파출부, 가내수공업 등 불안정한 생계수단으로 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던 노동자 계층이었다. 이들은 병원비와 교육비 등 급전이 필요할 때에도 제도권 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고금리의 사채업을 끌어다 쓰는 가난의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이름이 멀기만 했던 이들에게 논골신협의 탄생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됐다. 더 나아가서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가 협동과 연대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됐다.
유영우 이사장은, “빈민촌 주민들은 경제적 자립도가 매우 낮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그들이 스스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신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순창신문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하는 ‘협동조합’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한다는 협동조합 이념이 산동네를 변화시켰다.
주민협동공동체를 지향한 이상한 신협 임시거주시설 중 한 곳인 송학마을 주민회관 한쪽에 책상 하나를 놓고 시작한 논골신협은 현재 3층짜리 건물을 가진 번듯한 기관으로 성장했다. 그 사이 3억원의 종자돈은 268억여 원의 자산규모로 불어났다.
조합원 규모도 4,134명으로 커졌다.(2014년 12월31일 기준). 덩치가 커진 만큼 지역사회에서 역할도 많아졌다. 옷과 사람들이라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출자금과 운영자금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논골신협은 창립과 함께 주민협동공동체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성동두레생협’을 만들기 위해 직접출자를 하고 조합출자금을 대출해줬다. 생협 초기에는 논골신협 건물 내 판매 공간을 무료로 내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지원했다. ‘하늘나무사랑방’이라는 주민 모임을 지원하고, ‘블랙앤압구정’이라는 노동자협동조합 중국집을 만들기 위한 출자금을 대출해줬다. 또 창립 초기부터 매년 일정액을 ‘논골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적립해 다양한 지역사업에 쓰고 있고 ‘논골두레장학회’를 설계했다.
논골두레장학회는 논골신협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문호를 개방해 ‘성동지역사회장학회’로 커졌다. 지난 2013년부터는 ‘성동협동기금’이라는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한 시민사회기금을 조성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성동협동기금은 논골신협을 비롯해 서울시사회투자기금, 성동기금, 성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기금을 한데 모을 예정이다. 기금 사업 외에 지역사회 지원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논골신협의 뿌리, 성동주민회


논골신협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기획단은 이후 ‘성동주민회’라는 주민자치조직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성동주민회는 지금도 매년 일정액을 운영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평화의 집’, ‘청소년 공부방’, ‘논골주민문화한마당’을 지원하고 최근에는 ‘치과의료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데 대출을 지원하는 한편 조합원도 모집하고 있다.
‘성동주민회’, ‘논골마을위원회’, ‘성동주민자치소통센터’,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 ‘주거복지센터’ 등은 지역사회 여러 기관, 단체와 함께하는 지역사회의 현안 논의 구조에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과 참여로 이들은 성동지역 주민운동과 공동체운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면 논골신협은 왜 이런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영우 이사장은, “논골신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주민운동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이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그 존재 이유를 밝히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기
“신협이 협동조합 선배로서 역할 다해야”

논골신협의 고민

논골 신협의 앞날이 언제나 밝은 것만은 아니다. 창립 초기에 비해 지역주민의 80%가 달라진 상황은 논골신협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초기 논골신협은 조합원 교육을 받지 않으면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멤버십이 강했다. 하지만 논골신협의 성장과 함께 조합원 수가 늘어나자 이런 1대1 조합원 교육과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이후 일주일에 한번씩 신입 조합원을 모아 교육을 하거나 신협 창구에서 직원이 직접 조합원 교육을 하고, 의무적으로 교육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는 방법도 써봤다. 최근에는 논골신협을 소개하는 책과 함께 질문지를 주고 답안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면 선물을 주는 당근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회수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4천명이 넘는 조합원의 양적 성장 뒤에는 이런 근본적인 어려움이 숨어있다. 논골신협은 4천명의 조합원 중 신협 정신에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참 조합원을 따로 관리하는데, 2014년 164명으로 자체 집계됐다. 논골신협은 ‘참 조합원을 늘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는 데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유영우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 논골 신협에서도 한꺼번에 예금이 많이 빠져나간 적이 있는데, 그만큼 참 조합원이 많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조합원들을 더 자주 만나서 참 조합원으로 만들고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 단체들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참 조합원 문제와 함께 논골신협이 처한 또 하나의 위기는 지역 상권의 급격한 몰락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엘지마트 등 대형마트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논골신협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골목상권의 몰락은 신협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고민이다.

논골신협의 해법,
“사회적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

ⓒ 순창신문



거대자본의 유입 속에서 풍랑을 만난 논골신협의 해법에 대해 유 이사장은 신협 운동의 본래의 정체성과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과 분명한 차별성이 있는 방법, 지역사회에 더욱 밀착한 관계망을 두텁게 만들어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신협은 단순히 생활자금을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취업 알선기관으로서, 직업능력 개발 및 교육기관으로서, 창업지원과 지역신용보증기관으로서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종합금융기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법 중의 하나가 협동조합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어차피 신협이 1금융권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자산 규모부터 차이가 많이 나고 여수신, 금리 경쟁도 가능성이 낮다. 결국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특히,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은 신협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그 규모가 손톱만해 보여도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신협이 협동조합 선배로서 의도적으로 그 시장을 키워야 할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scljh@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에 사회투자지원재단이 함께 했습니다.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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