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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주거지 브라질 ‘잔디라 공동체’를 가다

이 정 화 기자의 브라질 르포

2015년 05월 28일(목) 11:18 [순창신문]

 

ⓒ 순창신문



“잔디라의 빈민가 지역에는 억만금을 주어도 갈 수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브라질 현지 가이드의 말에 연합취재 기자단은 ‘정말 그렇게 위험한가’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28시간 비행기를 탄 것이 억울해 모두는 위험하다고 말리는 빈민가 행도 고집했다.
지난 15일 0시 40분 비행기를 인천공항에서 타고 아부다비 공항까지 10시간을, 아부다비 공항에서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까지 또다시 15시간을, 상파울루 공항에서 브라질 포르탈레자 공항까지 3시간을 타고 도착한 포르탈레자 취재였기에 취재단의 각오는 대단했다.
현지 가이드의 말대로 정말 그런 위험이 있다고 해도 ‘차에서 빈민가 마을을 사진이라도 찍자’고 빈민가 행을 고집하자, 가이드는 ‘어쩔수 없다’는 듯 미니버스를 끌고 나타났다.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잔디라 지역은 원래는 연합취재단의 취재지는 아니었다. 취재단은 다만 멀리까지 와서 한 곳이라도 더 취재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위험해서 도저히 갈 수 없다던 잔디라 시의 잔디라 공동체는 상파울로 시에서 북쪽으로 40km 정도의 거리에 위치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잔디라 시 자체가 상파울루 인근 도시지역에 비해 가난한 도시로, 잔디라 공동체는 잔디라 시에서도 가장 없는 사람만 살던 빈민가라 더욱 더 위험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잔디라 시는 새로 지어졌다는 잔디라 전철역 뒤편으로 펼쳐진 도시였다. 서울의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가파른 골목을 달리는 차창밖 풍경은 온전한 집이랄 수 없는 허름한 건물들이었다.
마을 군데군데에는 집을 짓다 만 듯한 건물들이 종종 눈에 띠었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번 돈으로 그 때마다 벽돌을 사서 수년 동안 집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잔디라 시내에서 한 10여분을 차로 달려 도착한 잔디라 공동체는 잔디라 시에서 빈민가 판자촌을 철거하고 만들어준 빨간 벽돌집 주택단지였다. 브라질에서 못 사는 사람들은 빨간 벽돌로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높은 담장과 대리석 건물로 지은 집에서 살았다. 못 사는 사람들이 사는 빨간 벽돌집은 겉 모양은 집이었으나, 집 안에 들어서면 방문 하나가 없었다. 벽돌과 시멘트로 대충 마감을 해 놓아 그지없이 허술해 보였다,
빨간 벽돌은 우리나라 벽돌보다 모양이 크고, 6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빨간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은 겉에서 보기에만 그림처럼 멋져 보였다.
빨간 벽돌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잔디라 공동체에 들어서자, 밖에 나와 있던 어른과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들에 대해 경계심과 호기심을 드러냈다. 취재단이 차에서 내리자 아이들과 함께 경계의 눈빛으로 취재단 앞으로 다가온 임산부는 가이드의 설명에 경계심을 풀고 손을 내밀었다.
출발 전의 공포심은 온데간데 없었다, 가이드는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이곳을 관리하는 잔디라 시청 소속의 관리인이었다.
가이드의 통역으로 취재단은 잔디라 공동체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잔디라 공동체는 현재 128가구 80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특별한 자격은 없고 무주택자들로 시청에서 신청을 받아 선별했습니다.”
설명을 하는 그녀 주변으로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5명의 아이 엄마이고 현재 임신 5개월째의 볼록한 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임신부는 어디를 가든 극진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임신부는 자랑스럽게 배를 내놓고 다닌다. 윗옷을 입어도 배부분은 그대로 맨살을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녀 역시 자랑스럽게 배를 내놓고 있었다.
출발 전 가이드의 말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취재단은, 갑작스런 방문에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그녀의 태도에 한순간 경계심을 풀 수 있었다, 친절한 설명도 모자라 이방인에게 자신들이 사는 집안을 보여주는 그들의 친절에 취재단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집안은 빨간 벽돌로 지은 복층 형태로, 거실과 방2개, 부엌, 화장실 등으로 정리돼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각자 자기 일을 갖고 있어요. 시청에서는 시의 여러 일감을 이곳 사람들에게 우선 배정해주죠. 따로 임대료는 없고, 관리비는 공동 작업 등을 통해 충당합니다.”
잔디라 공동체는 2개월에 한 번 씩 각 동네별 자치회의를 거쳐 마을 운영에 대한 결정을 하며,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시 회의를 소집하기도 한다.
이곳 잔디라 공동체 사람들은 쫓겨나고 정착하고를 반복하면서 힘든 삶을 유지하고 있다. 잔디라 공동체는 빈민들을 위한 주거공동체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2001년 경 오랫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해 온 장 카를로스 신부가 앞장서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NGO 단체인 카리타스(Caritas)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당시 룰라 정부에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룰라정부가 지원했던 브라질 무토지운동(MST)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정부에서는 땅을 빌리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자금 3백만 헤알을 지원했다. 낡은 판잣집들이 즐비했던 지역에 터를 닦고 함께 살 집들의 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아파트 형태 대신 주민들이 원하는 주택형태로 전체 평수를 같게, 뜰이나 집안 구조는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집을 짓는 일도 주민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마을 건설 공사가 2012년 완료됐고, 초기 80여 가구에서 현재 120가구로 늘어났다. 또한 잔디라 공동체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과 학교도 운영된다.
공동체 주택에 사는 이들의 삶이 판자촌 때와는 많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정된 집, 상대적으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이곳 공동체는 다른 지역 빈민촌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그녀는 귀띔했다.
지금은 초기 주민들이 대다수 떠나고, 공동관리비 조차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쫓겨나는 등 주거 구성원들도 바뀌고 있지만, 머나먼 이국의 잔디라 공동체는 나라와 지역을 떠나 빈민주거의 대안으로 비춰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 순창신문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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