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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봉사가 숙명이 돼버린 노래 천사

읍 순화리 오춘선 씨의 노래 인생

2013년 11월 27일(수) 09:00 [순창신문]

 

ⓒ 순창신문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을 때가 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물며 감기에 걸려서도 빠지지 않고 요양원을 찾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 천사가 따로 없어요….”라고 군노인전문요양원의 천 모 요양보호사 팀장 등 직원들은 감탄사를 자아내며 노래천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양원 직원들이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는 노래천사는 읍 순화리에 사는 오춘선(57)씨다.순창성당에 다니는 오춘선 씨는 10년도 더 지난 옛날 성당의 ‘빈첸시오’라는 봉사 팀에서 독거노인 등을 위해 반찬도 만들어 가져다주고 청소, 빨래를 해 주는 봉사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성당에 다니는 원 모 씨의 부탁으로 노래를 시작하게 된 것.
당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생활하던 양로원을 찾아 노래를 해주던 옥과 사람이 두 달 정도 노래봉사를 하다가 갑자기 취직했다고 노래봉사를 그만뒀다는 것. 그 자리를 대신해 시작하게 된 노래봉사가 이제는 숙명이 돼버린 오 씨가 10년 전 처음 노래를 시작할 당시에는 아내가 노래봉사를 다닌다는 사실을 1년 동안이나 남편이 몰랐다고 한다.
양로원을 시작으로 노래인생이 숙명이 돼 버린 오씨의 노래는 카리스마로 넘친다. 화려한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어머니’노래를 부를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정이 흘러 넘쳤다.
다른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군노인전문요양원만 해도 벌써 7년을 넘기고 있다. 군 노인전문요양원이 개원할 때부터 노래봉사를 다닌 오 씨는 은빛주간보호센터와 로뎀나무 등에서도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오 씨는 “불러만 주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자신이 가진 노래에 대한 열정과 끼는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읍 옥천동이 고향이었던 부친은 일본 생활을 하다 일본인 아내와 함께 순창에 돌아왔다. 바이올린과 하모니카를 잘 다뤘던 부친은 저녁마다 놋그릇이 구멍이 날 정도로 놀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일본인 아내였던 오씨의 어머니는 아버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고.
책읽기와 뜨개질을 즐겨하던 오 씨의 어머니는 일본 역사가 아닌 한국역사를 오 씨에게 가르치곤 했다. 일본인이라 한국 음식을 못하던 어머니를 대신해 오 씨의 큰 언니는 7살때부터 밥을 해야 했고, 순창에 와서도 술만 마시면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를 구슬프게 부르던 아버지를 보면서 오 씨는 ‘노래는 마음의 위안’이란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가 부르는 구슬픈 고향 노래를 듣고 커오면서 오 씨는 ‘고향에 못 가시는 아버지가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를 측은하게 여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버지에 대한 측은한 감정은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을 낳았고, 측은지심은 봉사하는 생활의 참 맛을 알게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 씨는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억척스럽게 참아내는 생활을 견뎌왔다. 바쁘고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 늘 고향에 대한 노래로 자식들에게 측은지심을 안겨준 부친에 대해 오 씨는 “아버지에게 속고 살았다”며 너스레웃음을 지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면 2시간 넘게 노래를 부르는 오 씨를 만난 건 지난 22일이었다.
“어른이 다 돼서야 아버지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고향이 순창 옥천동이란 것을 알았다”고 밝히는 오 씨의 말 속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배어났다.
오 씨의 노래에 대한 끼와 열정에 대한 매력발산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두드러졌다. 학교에서 청소시간이 되면 친구들은 청소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은 오 씨가 청소하는 것을 말렸다. 청소 말고 노래로 청소시간을 재밌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오 씨는 친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소대신 노래로 친구들을 즐겁게 했다. 학창시절부터 그렇게 갈고 닦은 노래인생이 우연한 기회에 노래봉사를 계기로 신나게 이어지고 있다.
노래천사로 거듭난 오 씨의 노래인생은 7살 손자인 동영이의 교육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낯을 가려 가족들이 만져도 못 만지게 울던 동영이가 할머니 오 씨를 따라 노래봉사를 함께 다니면서부터 낯가려 쌩하게 울던 버릇을 고쳤다.
이제는 어떤 어르신이 불러도 달려가 팔에 안기는 행동이 ‘놀랍기만 하다’는 오씨는 요즘은 손자 데리고 다니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7살배기가 마이크를 잡으면 5~6곡의 노래를 쉬지 않고 부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노래를 밤새 들으며 컸던 오 씨가 세월이 지난 지금은 손자의 손을 잡고 노래천사가 돼 날개없는 천사로 살고 있다.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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