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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산다는 것은?

2013년 06월 11일(화) 20:49 [순창신문]

 

↑↑ 이정화 취재기자

ⓒ 순창신문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친구가 국사시간에 일제수탈에 대한 부분을 배우고 나서 말했다. “친일을 한 놈들은 모두 대대손손까지 잘 먹고 잘 산다는데, 우리 조상들도 차라리 친일이라도 했으면 힘들게 공부 안 해도 되고 좋았을 것 같은데, 안그래?”라며, 친일파에 대한 증오와 함께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러다 별안간 내게 물었다. “너는 이런 생각 안 들어?” 급하고 궁금증에 가득찬 친구의 물음에 “아니,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 나라를 배신하면서까지 호위호식하면 뭐하겠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거지….”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왜 기자가 됐냐’고 사람들이 묻기라도 하면, “세상을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아서…억울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었다.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내 편인가? 아닌가?에만 몰두한다는 사실을 안 요즘, 기자라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오히려 기자가 하는 말은 아무런 뜻없이 해도 위협이 되고, 기자가 거론하는 사람은 이해당사자에겐 피해야 되는 사람, 기자 누구와 선후배니까 차라리 일을 같이 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세상. 그래서 ‘누구 아무개는 선배’라는 말에 기자와 아는 아무개는 경계의 대상이 되고, 그들의 홈그라운드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존재로, 결국 기자와 아는 것은 도움은 커녕 피해만 입는 어이없는 세상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기자 한 사람이 정의 사회 구현 못한다’고. 정말 그런 것인가? “그래도 한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라고 물으면, ‘세상의 잣대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나와 이익이 맞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그래도 아직도 기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덥다고 음료수를 건네는 주민이 있기에, 도토리 묵 하나의 정성을 내미는 신문사 가족이 있기에 오늘은 좌절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정의로운 세상을 기자가 만들 수 있다고는 말해주지 않는다. 비리를 폭로하면 이해 당사자에겐 적이 되는 직업, 이것이 기자라는 사실 앞에 잠시 숨쉬기가 답답해진다.
그래도 결심하게 되는 한 가지…, 군민들의 알권리는 충족되어야 하고, 이것을 위해 기자로서 충실히 정진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목’과 ‘편가르기’가 만연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왕따’를 감수해야 하고, ‘일에 대한 욕심만 앞서지 분위기 파악조차 못하는 기자 초년병’으로 치부해버리는 지역 분위기에서 살아남는 게 목적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하지만 기자 초년병이야말로 일에 대한 욕심은 물론 의욕으로 똘똘뭉친 진정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기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든 찍어 넘기는 사람들이 말하길 ‘기자 초년병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날뛴다’고들 하지만, 초년병 때야말로 정의를 부르짖을 때가 아니던가?
‘삶이 아무리 우리를 속이고 기만할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쉬킨 시의 한 구절처럼 어린애처럼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걸음 한 걸음 진실을 향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혼자서 내딛을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많이 여리고,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죽이고자 달려드는 사람들 앞에서 기 안 죽고 ‘진실’을 전하기 위한 몸부림을 다 할 것이라는 맹세의 무모함 앞에 세상은 진정 내게 어리석다고 할 것인지….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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