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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이 들려주는 삶 이야기 / 강영계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2021년 01월 07일(목) 15:05 [순창신문]

 

ⓒ 순창신문



"인간은 말이야, 접시물에도 빠져 죽을 수 있는 약하디약한 존재지만 그래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란다." 파스칼이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낯선 언어로 말을 건다. 그러면 우리는 그 낯선 언어에 불편함과 어색함을 느낀다. 하지만 조금씩 곁을 내어 다가가면 낯선 언어 속에 들어 있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선물로 건네준다.
베르그송은 생철학자다. 생철학은 이성주의에 반대하고 합리적인 영역 밖에 존재한다고 생각되었던 '의지'에 주목한다. 베르그송은 과학과 인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첫 논문은 <시간과 자유 의지>로 그는 시간 개념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시간 개념은 역학과 물리학의 핵심개념인데 기계론적 시간인 과학적 시간은 '지속'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지속'을 제거함으로써 성립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을 출발점으로 그는 과학적 시간 개념, 즉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공간화된 시간 개념을 거부한다.

베르그송에게 시간은 3가지로 나뉜다.
첫째, 물리적 시간. 이 시간은 시계에 의존한다. 만약 12분을 생각하면 1분, 1분, 1분, 이렇게 12번의 1분이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종소리가 12번 울렸다'고 한다면 종소리가 12번 '분절'된 것으로 인식된다.
둘째, 심리적 시간. 심리적 시간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을 말한다. 같은 시간이라도 좋은 사람과 있으면 1시간이 5분 같고, 불편한 사람과 있으면 5분이 하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셋째, 순수한 시간. 순수 체험의 시간. 순수 체험으로서의 시간은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역동, 생명 자체의 흐름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시간이다. 삶, 그 자체를 즐기는 시간. 이 시간은 '지속'적인 시간이다. 물리적 시간, 자연과학적 시간처럼 분절된 것이 아니다. 생활하기에 실용적이고 유용한 시간이 아니라 공감의 시간, 지속적으로 흐르는 시간이다.

베르그송은 '지성'과 '직관'적인 시간을 설명한다. 지성은 모든것을 형식화하고 공간화한다. 지성의 특징은 수학적, 형식적, 외부적, 합리적 사고로 그것은 '실용성'을 최고의 목적으로 삼는다. 현대 물질문명은 지성의 산물이다. 지성의 관점으로 내가 만나는 사람을 파악하게 되면 그(녀)의 키는 몇 센티이고 몸무게는 얼마이며 얼굴 윤곽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었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여력이 있는지 계산하게 된다.
삶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시간은 직관의 시간이다. 생명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흐르며 체험적 시간이고 '지속'적 시간이다. 체험하고 직관하고 공감하는 순수 기억들이 쌓이면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창조>해 나갈 수 있다.
베르그송이 말하는 <직관>이란 '삶'과 하나가 되는 '앎'을 뜻한다. 직관적 관점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을 파악하게 되면 그(녀)가 내게 다가올 때 어떤 걸음걸이로 다가오는지, 내가 미소지을 때 그(녀)의 기분이 어떤지, 그(녀)가 하늘을 바라볼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눈에 보이고 마음에 느껴진다.

<베르그송이 들려주는 삶 이야기>의 저자는 철학자 강영계이다. 그는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철학 입문자들에게 안내하기 위한 책들을 여러 권 썼다. 그는 <베르그송이 들려주는 삶 이야기>를 통해 베르그송이 말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세상 만물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흐른다. 그 반복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베르그송은 우리가 이 삶을 우리가 가진 직관과 체험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면서 열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의 약진, 이것을 엘랑 비탈elan vital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는 주인공 현호와 누나 현희, 그리고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와 아빠가 등장한다. 엄마와 누나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계산적이고 지성의 편에 서 있다. 현호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아빠의 꿈은 철학자다. 따라서 엄마와 누나는 현호와 아빠를 이상한 사람, 혹은 무능하거나 무기력한 사람으로 본다. 현호는 위기에 처한 엄마아빠에게 <가족 단합대회> 여행을 제안한다. 신문에서 <열린 사회>라는 단체가 제안한 가족 위기 탈출 프로그램이다. 현호 가족은 첫 번째 행선지인 태국의 치앙라이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불편함을 통해 점점 가까워진다. 가족들은 <시간의 숲 속>에 초대된다. 그곳은 고산족이 사는 마을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멀미를 하면서 코끼리도 탄다. 해가 질 무렵 가족들은 카렌족 마을에 도착한다. 그들은 시계와 휴대폰을 일주일 동안 추장 할아버지에게 반납한다. 문명 사회에서 원시 사회로 진입하면서 네 사람은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시계가 없으면 시간을 어떻게 알지?"
네 사람은 시계 없이 시간을 헤아리는 법을 배운다. 추장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먼저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을 쓰는 법을 터득하세요. 일어나고 밥 먹고 자고, 심지어 여러분이 떠나야 할 시간이 되더라도,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여러분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전화도 냉장고도 아무것도 없는 황막한 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일주일 동안 현호 가족은 조금씩 자연의 시간에 동화되어 간다. 처음에는 시계를 볼 수 없어 고통스러웠지만 얼기설기 만들어진 나무 벽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나무 침대에서 잠이 들고 바람은 차지만 엄마와 아빠와 누나의 온기를 느낀다. 낮이 되면 옷을 통과해 들어오는 햇볕을 느꼈다. 햇볕이 다리, 몸, 팔, 얼굴, 머리를 지나 온몸에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사물의 색깔이 바뀌는 변화를 통해 시간의 변화를 말하는 법을 배웠다. 잠에서 깨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자는 것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법을 배웠다. 밤이 되면 달빛에 비치는 그림자가 키보다 두 배도 넘게 커지는 모습도 보았다. 체험의 시간, 순수의 시간. 직관의 시간. 종국終局에는 창조의 시간.*

ⓒ 순창신문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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